[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저서 <오래 준비해온 대답(복복서가, 2020)>은 소설가 김영하가 10여년 전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생생히 담아낸 책이다. 2009년 첫 출간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새로운 장정과 제목으로 복복서가에서 다시 선보인다.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작가는 문장과 내용을 가다듬고 여행 당시 찍은 사진들을 풍성하게 수록하였다. 초판에는 실려 있지 않은 꼭지도 새로 추가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2007년 가을, 지금은 장수 여행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EBS 〈세계테마기행〉의 런칭을 준비하던 제작진이 작가 김영하를 찾아왔다. 그들이 작가에게 어떤 곳을 여행하고 싶냐고 물어보았을 때, 김영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답한다. 당시 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작가는 그들과 함께 시칠리아를 다녀온 후, 교수직을 사직하고 서울의 모든 것을 정리한 뒤 다섯 달 만에 아내와 함께 다시 시칠리아로 떠난다. 그것은 밴쿠버와 뉴욕으로 이어지는 장장 2년 반의 방랑의 시작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도착한 시칠리아에서 그는 왜 그곳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떠올랐는지 깨닫는다.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다정하게 다가와 도와주고는 사라지는 따뜻한 사람들, 누구도 허둥대지 않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 장엄한 유적과 지중해. 그곳에서 작가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었던 과거를 떠올리고(“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기 안의 ‘어린 예술가’도 다시 만난다.

책 속에는 “나는 시라쿠사의 퇴색한 석회암계단에 앉아 저멀리 희붐하게 빛나는 지중해의 수평선을 보며 열아홉 살의 봄에 경험했던 찬란한 행복을 회상했다. 모두 같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손을 높이 쳐든 채 〈젊었다〉를 부르던 그날을. 그럴 때 여행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갈 데 모를 방랑이 아니라 어두운 병 속에 가라앉아 있는 과거의 빛나는 편린들과 마주하는, 고고학적 탐사, 내면으로의 항해가 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타오르미나의 그리스식 극장에 앉아 나는 그때의 노래를 소심하게 웅얼거린다. 간단한 가사를 계속하여 반복하던, 그래서 신입생들도 쉽게 따라 배울 수 있었던 그 응원가는 이렇게 끝난다. 그대여, 그대여어어, 너와 나는 태양처럼 젊었다. (본문 91쪽)”라고 한다. 

저자 김영하는 한국문단 역사상 처음으로 귀고리를 달고 문학상 시상대에 오른 남자. 신세대의 도시적 감수성을 냉정한 시선, 메마른 목소리로 그려낸다는 평을 듣는다. 문단에서 알아주는 속필로, 하룻밤에 단편 한 편을 써내기도 한다.

군 복무 중이던19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제출했으나 낙선하고 같은 해 같은 작품으로 「리뷰」를 통해 등단했다. 제대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원 영어강사를 했으며, 지금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같은 해 8월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하면서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기성세대 작가들이 성장하던 사회적 및 자연적 환경과 신세대의 성장환경은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신세대 작가들은 그 새로운 환경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새로운 리얼리즘으로 현실을 묘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신세대에게는 생생한 현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 컴퓨터 통신 경력에 걸맞게 자신의 홈페이지를 짜임새 있게 꾸며 놓았다. 98년 2월에 불어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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