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타인의 존재에 다가가기 위해서 우리는 힘껏 경청하고 기꺼이 물어야 한다. 공적 공간에서의 말하기와 듣기, 서사 정체성뿐 아니라 서발턴·이방인·환대에 대해, 나아가 주체의 불투명성과 취약성, 타자와의 관계, 그리고 정의와 책임과 연대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저서 <듣기의 윤리(봄날의 박씨, 2020)>는 저자 김애령이 오래전 만나 관계를 맺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언어를,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목소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시작되었다.

학술적으로는 은유와 서사 정체성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계속 탐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타자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문제, 곧 듣기의 윤리에 대해 숙고한다. 리쾨르, 아렌트, 데리다, 레비나스, 스피박, 버틀러, 아이리스 매리언 영 등 현대 철학의 핵심적인 사유와 쟁점들을 배경으로, 주체의 불투명성과 인간 실존의 취약성, 그리고 타자(서발턴)의 ‘말할 수 없음’에 대해 고찰하며, 궁극적으로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 속에는 “‘듣기의 윤리’를 숙고하기 시작할 무렵, 그것은 비교적 자명해 보였다. 섬세한 듣기, 담론 권력을 성찰하고 이중구속된 언어를 해체하며 침묵까지도 헤아리는 깊은 경청, 쉽게 예단하지 않는 열린 과정적·맥락적 해석…. 그러나 그것은 결코 자명하지 않다. 잘 헤아려 듣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본의를 이해하는 것?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는 신뢰? 확고한 지지와 연대의식을 가지고 인내하며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한가, 듣기의 윤리라는 것은?(p.10~11)”라고 한다.

저자 김애령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공부를 시작했고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 이화인문과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고, 주요 관심분야는 해석학, 여성주의 철학, 포스트휴먼 연구에 걸쳐 있다. METAPHER UND MIMESIS, 『여성, 타자의 은유』, 『은유의 도서관: 철학에서의 은유』 등의 저서와 “RESISTING THE POWER OF THE GENDERED GAZE”, 「이방인과 환대의 윤리」, 「다른 목소리 듣기」, 「사이보그와 그 자매들」, 「글쓰기 기계와 젠더」 등의 논문이 있다.

한편, 막달레나공동체 용감한여성연구소의 일원으로 성매매집결지와 그곳 여성들의 삶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글을 썼고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 『붉은 벨벳 앨범 속의 여인들』, 『판도라 사진 프로젝트』 등의 공동저서를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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