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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웅, 버림받는 두려움을 넘어서다.마담버터플라이의 심리칼럼

[한국강사신문 안유선 칼럼니스트] 버림받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를 치유하고 엄마와 딸이 되는 이야기. 2018년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에는 수진(이보영 분)과 혜나(허율 분)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엄마가 될 수 없는 여자와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누군가에게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유기불안'이라 한다. 유기불안은 양육자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겪는 불안감이 아니다. 아이가 3~4세 경이 되면 엄마가 항상 같이 있을 수 없음을 안다. 엄마가 없어지면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엄마가 다시 돌아오면 곧 안정을 찾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동생을 낳으러 간 엄마가 사라졌을 때 큰 불안을 경험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엄마와 떨어진 적이 없는데도 유기불안을 겪는 경우도 있다. 발달심리학에서 ‘유기’란 아이의 신체적 또는 심리적 건강을 손상시키는 양육 제공의 결핍을 말한다. 즉, 아이가 심리적 건강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을 양육자가 제공하지 못하면 아이는 심리적으로 유기될 수 있다. 유기불안을 잘 극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는 어른이 된다.

“남자 친구는 친구들과 술 먹고 노느라 제 연락을 못 받은 거였어요. 겨우 반나절 연락이 안 된 거였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운동을 하다 보니 2시간 동안 휴대폰 확인을 못했어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휴대폰에 문자 폭탄이 와있는 것을 보면 너무 질려요.”

연락 문제로 다투는 커플들이 많다. 상담 경험상, 반 정도는 한 쪽이 무심해서고, 반 정도는 한 쪽이 지나치게 연락에 집착해서다. 앞의 경우는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부족한 경우고, 뒤에 경우는 유기불안 때문이다. 심리상담에서 더 해결하기 어려운 쪽은 다툼의 원인이 유기불안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다.

어린 시절 유기불안을 심하게 겪으면 누군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나를 떠난 이유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 패턴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대인관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보통의 관계에서는 드러나지 않다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두드러지기도 한다. 현실에서 아무리 성공하고 인정을 받아도 이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상처 입은 마음은 저절로 치유되지 않는다.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치유된다. 그런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문제가 단 하나의 원인으로 생기지 않듯이, 문제해결도 단 하나의 방법만으로 되지 않는다.

우리는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방법들을 tvN 드라마 <마더>의 수진과 혜나의 이야기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수진은 친엄마를 만나 자신을 두고갈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처지를 알게 된다. 유기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엄마가 떠난 이유를 엄마가 처한 현실에서 찾지 못한다. 어른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리기도 하고 누가 알려주지도 않으니 그 이유를 자기 안에서 찾는다. 이렇게 왜곡된 기억은 마음속에 가시처럼 박힌다. 자신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고통을 수진은 이해하게 된다. 그러자 뒤틀린 기억 대신 진실이 제자리를 찾는다. 기억이 제자리를 찾으면 마음도 안정을 찾는다.

혜나는 현실에는 없을 것 같은 감동적인 인물이다. 엄마뿐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버림을 받은 것 같은 아이, 혜나는 어떻게 두려움에서 벗어나는가? 혜나는 바다를 찾는다. 늘 같은 곳에서 혜나를 기다리는 바다, 단조롭지 않게 이야기를 건네는 파도는 엄마가 되고, 마음껏 바다 위를 날아가는 철새는 친구가 된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생명력만으로 자랄 수 있는 아이는 영웅신화 속에나 등장할 법하다.

엄마의 부재로 시작되는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 유기불안을 견디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나에게 책임이 없는 두려움을 내 힘으로 넘어설 때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된다. 영웅의 마음에는 아픈 기억을 다시 볼 수 있는 용기와 자연의 위로만으로도 웃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다. 진실과 자연으로 다가가 보자. 그리고 두려움을 넘어서자.

안유선 칼럼니스트  madame_butterf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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