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희가 말하는 행복한 결혼이야기(8)

[한국강사신문 조지희 칼럼니스트] 봄이면 날라오는게 중국발 미세먼지나 황사만은 아니다. 매일 야근이라 사람 만날수도 없다며 궁시렁대던 김대리, 돈없어 연애 못한다는 거래처 박대리, 대출 풀로 받아 회사 귀신 되야한다던 이과장까지 천년 만년 에헤라 디야 함께 할 것 같은 그들로부터 수줍게 날아온 청첩장. 미세먼지보다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면 정신차리고 집중해보자.

나는 결혼하고 싶은가 혹은 연애는 하고 싶은가. 이 질문이 시작이다. 영화<랍스터>마냥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랍스터나 개로 변해 버리는 세상도 아닌데 커플vs비커플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연애 강박자들의 시선 따위는 무시하자.

나이가 몇이더라, 더 늦기전에 슬슬 결혼해야지? 괜찮은 사람 없어? 피부 더 늙기 전에 얼른 연애해. 피부 늙는거 몰라 연애 안하는거 아니니 애정을 빙자한 훈수 역시 넣어둬, 넣어둬. 연애와 결혼에 자기결정권 따윈 없는 양 도깨비도 연애하고 저승사자도 썸타는데 너는 뭐해? 오지랖이 태평양인 지인들로 인해 난 싱글 라이프가 좋아, 비혼이야, 비혼. 맘에 없는 말들로 철벽치고 있었다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필요도 있겠다. 처음으로 돌아가 물어보자.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연애 하고 싶니. 이게 핵심이다.

첫째,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소개팅도 끊어졌고 괜찮은 사람도 없다.

동선이 집-회사-집-회사에 천지사방은 동성同性으로 둘러쳐져 본의 아닌 내외를 강요당하고 있다면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볼 일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같은 사람들과 밥먹고 영화보고 차마시는데 송혜교, 이보영이 아닌 이상 지나가다 “제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너무 맘에 들어 그러는데 바쁘신건 알겠는데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같은 류의 길거리 캐스팅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천하의 송혜교, 이보영 조차 일하다 눈맞은 사내커플이다.

사내커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다만 이별후 리스크가 감당 안되어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나고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만 되었다면야 사내연애 해볼 만하다. 이별후 감내해야할 하마평이나 출처 불분명한 저잣거리 시시비비야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그런가보다 하자.

그러나 성별 편중, 나이 편중으로 회사내 썸남, 썸녀가 없거나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사내커플 만은 안하겠다는 굳은 신념의 소유자라면 지속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동호회나 여타 취미 모임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단, 연애도 연애지만 일단 재밌고 즐거워야 자신이 갖고 있는 긍정성과 자신감이 발현되니 의욕만 앞서 취향과 무관한 동호회를 선택해 울며 겨자먹기로 나가거나 아님 지나친 취향 고려로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덧붙여 회사내 지극히 편한 복장은 삼가는게 좋겠다. 집인지 회사인지 구분 못할 편한 차림새로 출근하다 소개팅 잡힌 날만 티나게 힘주고 출근하는 분들 계신데 동료들은 세상 천지 고아가 아니다. 

그들에겐 언니, 오빠, 여동생, 남동생, 사촌동생, 육촌동생, 사돈의 팔촌에 건너건너 아는 사람까지 내가 제법 괜찮을 경우 소개팅의 단비를 뿌려줄 화수분 같은 존재들이니 너무 방심하고 다니진 말자는거. 이미지 메이킹은 회사 내에서도 유효하다.

둘째,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피곤하고 귀찮다.

김군은 그 어렵다는 7급 공무원에 보고 또 봐도 질리지않는 비주얼과 중저음 꿀성대를 보유한 특급 훈남이다. 맘만 먹으면 연간 일정을 소개팅과 선으로 빼곡하게 채울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주말에 하는 일이라곤 ‘나혼자산다’를 보거나 바빠 놓친 신작 영화를 IPTV로 보며 맥주 마시는게 다다.

옆동네 박군, 김양, 오양, 송군 이라고 다를까. 남부럽지않은 외모, 스펙으로 주중에는 일하느라 정신없고 주말에는 쉬느라 정신없다.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피곤하고 귀찮다. 물론 연애를 안하는자 모두 유죄라는 얘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연애를 사랑을 결혼을 하고 싶은데 도무지 피곤하고 귀찮아 여력이 안된다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와 같은 근원적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겠다.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으로인해 행복한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빅픽처를 점검해볼 때다.

하고 싶다던 연애가 귀찮고 피곤한데 인생이 살만할리 없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주일 내내 야근에 특근에 목적없이 일개미처럼 일하고 있진 않은가. 방만한 인간관계로 이 모임, 저 모임 개근상은 따논 당상은 아닌가. 일상이 피곤하고 귀찮은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시점에 스티븐 코비의 오래된 책<소중한 것을 먼저하라>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대개<중요하지 않지만 급한일>로 시간을 보낸다. 팩스 보내기, 메일 보내기, 전화받기, 쓸데없이 길기만 한 회의 참석, 부서별 잦은 회식 다 그런게 아니겠는가.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하지만 급하지않은 일>들은 놓친다.

가령, 독서나 공부, 운동, 의미있는 사람들의 강연 등을 통해 내가 사는 이유, 인생의 의미, 잊어버린 꿈, 삶의 목적 등과 같은 카이로스적 시간과 만난다. 이 무슨 사춘기 시절에나 할법한 얘기냐 하겠다만 성장도 하기전에 늙어버린 우리 마음을 회춘시키는건 이런 질문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하지만 급하지않은 일>을 위한 시간을 짬짬이 떼어놓아야 한다.

쉼없이 달려오다 갑자기 회사 그만두고 아프리카나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거나 낸둥 잘 살다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거나 하는게 다 그런 맥락이 아니겠는가. 비단 이렇게 경천동지할 이벤트들이 아니더라도 <중요하지만 급하지않은일>에 짬짬히 시간의 우선순위를 내어주어야 스스로 각성할 기회, 늙어버린 마음을 회춘할 여유가 생긴다.

그 이후에라야 연애를 하든 뭘하든 의욕도 열정도 생기지 않겠는가.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여덟 시간 주어진다면, 그중 여섯 시간은 톱날을 가는 데 쓰겠다.”

                                                     - 에이브러햄 링컨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결혼이 하고 싶긴 한데 도무지 피곤하고 귀찮기만 하다면 톱날을 가는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때다.

셋째,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확실하지 않은 인연, 돈 쓰고 시간 쓰는게 아깝다. 일리있다. 다이소에서 컵 하나를 사도 가성비를 따지는 이때 연애가 웬말인가 말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못할 경우 연애야말로 감정 낭비, 돈낭비, 시간낭비의 최고봉 아니던가.

5년 동안 만나던 p군과 k양이 어느날 헤어졌다. 일주일에 한번 5시간씩, 1회 데이트 평균 비용56,000원을 5년간 썼다 단순 가정하면 5년간 1300시간, 1456만원을 낭비한 셈인가. 몇주 전부터 회사에서 썸타던 S군과 J양이 3주간 서로에게 할애한 10시간, 3번 본 주말 영화비 6만6천원, 식사값 9만원, 차값 3만원, 나를 좋아할까, 안좋아할까, 사귈까, 말까 고민하며 잠못 이루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통에 지각해서 상사로부터 들은 지청구와 그 지청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만회하기위한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시발 비용은 비속어인 ‘시발’과 비용’을 합친 단어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을 뜻하는 신조어) 까지 한번 썸에 들어가는 비용 20만원과 10시간 가량의 시간 낭비. 말하자면 우리는 엄마 아빠의 낭비로 얻어진 열매이자 그들의 시간낭비, 돈낭비, 에너지낭비, 젊음을 낭비한 총체적 합인 셈이다.

부모가 베푸는 사랑이야말로 가성비만 보자면 하등 쓸모없다. 허리 꼬부라지도록 먹이고 입혀 키워놓으니 저 잘난덕에 컸다 생각하는게 자식 아니던가. 그러나 관점을 바꿔 가심비로 보면 어떨까.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닌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 굳이 따지자면 우리는 가심비가 있어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기르며 가끔 불우이웃도 돕는다. 가성비 제로인 관계 덕분에 타인과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눈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러니 가성비 따위 연애 잣대로 들이밀지 말고 연애 해보자. 연애낭비 한번 해보자. 

고용 불안정에 정규직 전환이 쉽지않은 팍팍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전쟁터에도 꽃은 핀다. 1920년대 일제 강점기 청춘들의 최대 고민 역시 나라 독립 아닌 남녀 애정사였다하니 적어도 그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외에도 연애를 하고 싶으나 못하는 이유를 대자면 전세계 싱글들 숫자 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그때마다 하나만 기억하자. 나는 지금 연애를 하고 싶은가. 연애에 다른 무엇을 넣어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독서를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운동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직을 하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 사람을 돕고 싶은가. 나는 지금 이것을 하고 싶은가.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말이 길어졌다. 정리하자. 연애하고 싶을 때 연애하라,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라.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남녀 공히 자기 매력을 스스로 알고 갈고 닦으면 귀인을 만날것이다가 이글의 핵심이 되겠다.

※ 참고자료 : 법원사람들 <트렌드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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