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의 서재] 이정식의 저서 <골목 상인 분투기>

[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동네에 있던 작은 슈퍼마켓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자리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골목마다 편의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대기업의 자본이 골목과 동네를 잠식해 버린 것이다.

그곳에 있던 슈퍼마켓 주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또, 그 슈퍼마켓에 납품하던 납품업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편의점의 편리함과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력에 생업이 무너지며 그들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이를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여겼다. 사라진 가게와 시장,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무관심했다.

그러나 골목을, 지역을, 그리고 거대 공룡자본에 스러져간 이웃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던 저자 이정식은 자신의 영업 관할지였던 해운대에 이마트가 들어와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또다시 홈플러스가 동네에 입점한다는 소식을 듣자,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었다. 동네 상권의 몰락으로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골목까지 밀려드는 자본에 맞서 동네 상권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마주했다. 그리고 저자는 지역의 상인들과 함께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를 만들어 상인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평범했던 자영업자가 생업까지 뒤로하고 중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단식과 삭발투쟁에 나선다. 거대자본에 스러져가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듣고, 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외쳤던 목소리가 저서 <골목상인 분투기(산지니, 2020)>에 담겨있다.

“이 땅에 자영업자의 편은 있는가” 부산 이마트타운 입점을 반대하기 위해 상인들은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재판정에서 고개를 숙여야 할 때가 많았다. 이마트의 음성적인 금품수수 비위 사실에도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에 ‘법은 가장 보수적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영업자의 현실을 무시한 법원의 판결과 정책 결정자들의 사고는 힘센 자들의 편인 것처럼 느껴진다. 중소상인을 보호하고자 외국계 대형마트의 건축허가를 반려한 한 구청장이 구상금 판결로 아파트를 경매 처분할 상황에 놓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자영업자의 열악한 사업 환경을 적극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과 그 과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상황 개선을 위해 거리에서, 언론에서, 청와대에서, 관련 행정기관에서 외치는 그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가 그동안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공세 앞에 소리 없이 사라져간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저자 이정식은 대자본에 중소상인과 자영업자의 삶이 난도질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은 것이 시작이었다. 부산시 중소기업 사업사전조정협의회와 부산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을 맡아 골목상인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을 맡아 골목상권 보호 입법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부산도소매유통생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아 협동조합 사업과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한 상권보호에 힘쓰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입법운동을 하면서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들었다. 늦은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법학과 공부를 시작해 경영대학원까지 마치고, 현재 부경대학교 경영컨설팅 박사 과정에 있다. 골목상인을 지키고 싶다. 또한 상인들의 생존권 요구를 뛰어넘어 서로 연대하여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상도정신을 세상에 전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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