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바른채용 공개 서약

[한국강사신문 조지용 칼럼니스트] 지난주 대기업 L사의 채용비리 관련 뉴스가 시장을 강타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의 채용비리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번 대기업과 관련한 채용비리 뉴스는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채용의 그릇된 관행이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음을 상기시켰다.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이제 채용 담당부서는 기피부서가 될 정도로 책임이 무거워졌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었던 채용이 재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채용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인사책임자들이 고려해야할 점에 대해 채용공정성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사실 바른 채용의 실현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채용과 관련된 그릇된 관행은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도 존재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실례로 부패한 과거시험제도를 들 수 있다. 조선의 개혁군주로 불리는 22대 임금 정조는 과거시험제도의 비리와 부정을 한탄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다. 1776년(즉위년) 3월 정조는 즉위 바로 다음날 규장각 설치를 지시했고 초계문신(抄啓文臣)제도를 통해 정약용과 같은 젊고 유능한 인재를 별도로 선발했다. 정조임금 조차도 과거시험의 병폐를 고치지 못해 또다른 선발제도를 만들 정도였으니 2~3년만에 그 관행이 개선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 하지만 채용공정성의 항목이 공공부문 경영평가에 직결되고, 채용절차법이 더욱 엄격해진 이때야 말로 조직의 채용시스템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채용비리와 관련하여 채용담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은 사고 후 수습 보다는 사고가 터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채용비리 사건은 기업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되는데 표면적으로는 해당 법률 위반에 대한 직접적 징벌이겠지만, 내부적으로 적임자 채용 실패에 따른 인적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기업이미지와 고용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수인재의 유인에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채용비리 예방은 채용을 인사의 일부 기능이 아닌 CEO의 경영 리스크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CEO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다. 과거의 채용 관행이라는 틀 속에서 채용비리 리스크에 가장 무방비로 노출된 존재가 바로 CEO가 아닌가? 공기업,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CEO라는 존재는 채용 청탁의 첫번째 타깃이 되어왔다. 국내에서 어떤 경영자가 고객, 정치권, 관공서 등 이해관계자로부터의 부탁을 단 칼에 거절할 수 있을까?

채용비리로부터 CEO와 조직을 지키는 길을 옛 史記(사기)의 고사성어인 선즉제인(先則制人)에서 찾아보았다. 이는 ‘선수를 쳐 상대를 제압한다’는 말로 CEO의 ‘바른채용 공개 서약’으로 채용 청탁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공개 서약은 그 상징성 때문에 CEO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치 의대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과 같다. 나라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자신의 능력과 판단을 사용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통해 의사로써 윤리의식과 사명감을 고취시킨다.

CEO의 바른채용 서약은 ISO(국제표준화기구)기반의 바른채용경영시스템RRMS 인증기준의 첫번째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즉, CEO는 청탁에 의한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이미 한국국제협력단, 한국산업단지공단,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 선도기업 CEO들은 이미 솔선하여 바른채용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는 채용비리 예방차원에서 든든한 방패가 되어줄 것이다. 동시에 조직 내부 직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전달되어 실질적인 채용절차의 변화를 견인하게 된다. 올해 과연 몇 명의 CEO가 바른채용 서약에 동참할지 모르겠지만 동참하는 CEO가 늘어날수록 뿌리깊은 채용 관행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가져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조지용 칼럼니스트는 현재 한국바른채용인증원 원장, 한국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경희대학교 겸임교수로서 채용면접 및 승진역량평가 분야의 강의 및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한 청년재단과 함께 정기적으로 채용 및 취업에 관한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모의면접 재능 나눔을 통해 청년 취업을 돕고 있다. 과거 다국적기업 GE, Coca Cola의 인사관리자 출신으로 Deloitte Consulting, Arthur Andersen, 네모파트너즈 등에서 인사조직 컨설턴트 및 파트너로 경력을 쌓아왔다. 저서로는 스타강사 12인의 미래계획서 『강사 트렌드 코리아 2020』(공저), 『공취달 NCS 면접 실전가이드』(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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