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이성적인 낭만주의자의 동거 그 이상의 이야기

[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동거라면 어딘가 음침하고 비밀스런 골방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게 아니라면 결혼 생활에 돌입하기 전 맛보기 애피타이저쯤으로 치부했다. 적어도 연애 천재 정만춘의 이야기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 명의 각기 다른 성격의 사람과의 동거를 통해 목격한 바, 동거는 결혼을 위한 준비가 아니고, 완벽한 연인을 찾기 위한 실험도 아니며, 미성숙하고 되바라진 청년의 일탈은 더더욱 아니다. 동거는 그 자체로 완성된 메인 디시다.

저서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웨일북, 2020)>의 저자는 기존의 가부장적 가족 공동체와 결혼제도가 포용하지 못하는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기꺼이 동거라는 선택지를 택한 그녀는, 오늘의 자신을 마음껏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발랄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안심하게 된다. ‘나이가 차면 결혼해서 가족을 만들라’는 미션을 수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타인을 위한 삶을 견디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가끔 혼자 있고, 주로 함께 있고, 때때로 다 같이” 살기에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몸소 증명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계속 결혼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인데, 나이가 먹으면서 결혼에 대해 해명할 일이 생긴다. 왜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는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는지. 불법 유턴을 하다 경찰관에게 걸린 운전자처럼 내 결정에 대해 ‘해명’을 요청 받는다. 그럴 바엔 군말 없이 범칙금을 내겠다. 내게 딱지를 떼라. 가끔은 나의 비혼이 자발적이지 않은 것으로, 그러니까 내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남자가 없어서 결혼을 못 하는 것으로 판단한 사람들이 내 앞에서 부러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때도 있다. 편하게 이야기해도 된다. 설사 내가 ‘못 한 것’이라고 해도 부디 마음껏 이야기하시라.”라고 한다.

또한 “한 공간에 함께 있고 싶지만, 혼자 있고 싶은 순간도 많다. 고독해 지고 싶을 때. 시를 쓰고 싶을 때. 다른 이유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데 상대에게 보이기 싫을 때. 머리를 질끈 묶고 렌즈 빼고 팬티 바람으로 있고 싶을 때. 제모하는 모습을 생중계하기 싫을 때. 그날 하루 방탕하고 한심하게 보내고 싶을 때. 이유 없이 그냥 혼자 있고 싶을 때. 버지니아 울프의 말마따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저자 정만춘은 한 트럭의 사람과 썸을 탔다. 연애한 사람은 봉고차 한 대에 태울 만큼, 동거한 사람은 승용차에 비좁게 앉힐 만큼 만났다. 외국인과의 연애도, 폴리아모리도 해본 적 없으니 꽤 보수적인 편이라 주장해 본다. 글로 밥술이나 뜨고 사는 글 노동자로, 여성과 일에 대한 팟캐스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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