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한국강사신문 이도겸 칼럼니스트] ‘배우’는 영어로 ‘Actor’다. 왜 ‘Actor’일까?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연기는 영어로 무엇일까? ‘Acting’이다. 감독이 촬영장에서 외치는 소리는 ‘Action’이다. Actor, Acting, Action. 이 단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그렇다. 모두 ‘Act’가 들어간다. 바로 ‘Act’가 연기의 핵심을 담고 있다.

Act의 사전적 의미는 ‘행동’이다. 행동, 행위를 나타내는 라틴어 ‘Actus’에서 유래했다. 행동은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생각과 선택, 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인간의 의지적인 언행’이다.  목적은 ‘원하는 것’이다. 즉,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을 행동이라 한다. 인간은 늘 행동을 하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 일하고 승진을 하고 여행을 하고 오디션을 보는 것 등은 분명한 목적이 있는 행동이다.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쇼파에 누워 쉬는 것도 목적이 있는 행동이다.

영화 속의 모든 인물도 반드시 목적이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얻거나 악당을 물리치거나, 살인범을 잡거나, 가족을 구출해낸다. 모두 행동, ‘Act’다. 연기는 이러한 인물의 행동을 다루므로 ‘Acting’이라 하고 배우를 인물의 행동을 다루는 사람, ‘Actor’라 한다. ‘Act’가 연기의 핵심이라 말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 Actor의 or는 영어에서 사람, 행위자에게 붙이는 접미사의 일종으로, editor, director, player 등과 같은 표현이다.

배우는 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고 찾아야 한다. 영화 ‘극한직업’은 실적 하락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 형사들이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서 행하는 행동들을 다룬다. 그렇다면 형사들이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하는가? 잠복근무를 하고 치킨집을 운영하고 미행을 하고 마약 조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다. 모두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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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이 치킨집을 운영하는 것을 두고 목적에 맞는 행동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행동이다. 앞 건물에 숨어 있는 마약 조직을 감시하기 위해서 경찰 신분을 숨기고 잠복을 해야 했고 마약 조직의 의심을 피하고자 치킨집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목적이 아주 분명한 '행동'이다. 의도치 않게 장사가 잘되는 바람에 수사가 아닌 장사에 매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지만 결국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극한직업’에 출연한 배우들은 형사 역할들을 맡아 각각의 인물들이 해야 하는 행동들을 해낸다. 잠입하고 미행을 하고 범인을 쫓는다. 때론 치킨 양념을 만들고 치킨을 튀기고 서빙을 한다. 졸지에 치킨집 사장이 된 고 반장(류승룡 역)은 치킨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퇴직금을 끌어다 썼다는 걸 부인에게 숨겨야 한다. 시나리오에는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있고 배우들은 이 행동들을 다룬다. 

<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배우는 인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하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걸 찾은 다음엔 인물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행동을 찾고 목적을 찾고 행한다. 간단하다. 이게 연기의 핵심이다. 대본에 적힌 대사는 인물이 입으로 하는 말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는 인물의 언행이다. 말을 할 때도 목적이 있고 표정, 손짓, 감정 등 신체 표현이 늘 함께한다. 행동의 관점으로 보라.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게 목적이다. 우리는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지를 고민한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은 행동이다. 그 행동 중에는 좋은 장소를 예약하고 꽃을 사고 고백할 말을 준비하는 등 여러가지가 있다. 대사는 그 행동의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다. 대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지 고민하라.

연기는 'Acting'이다. 행동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대사만 가지고 연습하거나, 감정만 드러내는 것에 급급하거나, 캐릭터의 형태만 표현하거나, 살아있지 않은 연기는 모두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잘못된 접근법이다. 캐릭터는 인물이 하는 행동의 일관된 특성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인물이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를 찾아야 한다. 살아있지 않은 연기를 하게 되는 이유는 행동과 목적을 분명하게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목적이 분명할 때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인물은 목적이 분명하다. 그걸 찾고 행한다면 능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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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의 표현법만 연습하는 것은 배우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다. 그런데도 많은 지도자들이 대사 표현법부터 가르치고 많은 연기 지망생들도 그것부터 연습한다. 지도자들에겐 대사부터 가르치는 것이 가장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기 지망생들은 다른 훈련이 진행되기도 전에 대본부터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억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거나 어디서 띄어 읽어야 한다거나 긴 문장을 한 호흡으로 뱉어야 한다거나 말이다. 기타 잡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주법의 변형부터 배우는 것은 어설픈 기타리스트가 되는 지름길이다.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찾고 왜 그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고 어떻게 능동적으로 이 행동들을 다룰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나는 배우를 지도할 때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목적을 가지고 말하고 움직이는 훈련을 먼저 진행한다. 대사만 연습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인물의 행동을 보게 되고 스스로 말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연기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인물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고 왜 이러한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연기는 한 단계 발전하게 된다.

“배우는 Actor, 행동을 다루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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