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잡 앵커의 일하는 마음과 통찰

[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어쩌다 쓰리잡 앵커(기자+앵커+워킹맘)가 되긴 했지만 앵커로 일하는 동안 다짐한 한 가지가 적어도 자신 이후 40대 여성들의 앵커 진출을 막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는 것. 한데 막상 앵커가 되고 보니 여성으로서, 워킹맘으로서, 조직 내 중간 관리자로서 마주친 문제적 현실이 있다.

어째서 외모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이고, 왜 생리로 인한 컨디션 난조는 숨겨야만 하며, 또 자신을 비롯한 워킹맘들에게 커리어 관리란 가당키나 한 것인지 몹시 의아한 것이다. 자신이 문제라 느끼는 것을 ‘관례’라는 이름으로 오케이 하고 싶지는 않기에 방송계 성차별부터 권위적 조직문화까지, 그는 일터에서 겪는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일례로 뉴스의 오프닝 멘트를 남성 앵커가 먼저 읽는 것을 문제라 느끼고는 조직 내 여론을 파악하고, 다른 선례를 조사하고, 지지자들을 확보한 뒤 마침내 뉴스 담당자를 설득해 뉴스 진행을 여성 앵커가 먼저 시작하도록 바꿔낸다. 여전히 앵커 구성이 ‘나이 든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앵커’로 고착화되고, 남성 앵커가 오프닝 멘트와 정치 뉴스를 주로 담당하며, 국가인권위도 이를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사례로 지적한 현실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도 ‘미디어에 의한 성차별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그 사례 중 하나로 남녀 앵커 배치 문제를 꼽았었다. 2017년 기준, 7개 채널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여성 앵커는 80퍼센트가 30대 이하, 남성 앵커는 87퍼센트가 40대 이상이었다. 여성 앵커에게만 유독 나이와 외모를 능력의 잣대로 삼는 방송계에서 김 앵커 또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잔다르크는 못 돼도 쫄보는 되지 말자’는 태도로 용기 내 조직의 룰에 맞서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커리어우먼의 ‘화려한 성공담’은 아닐지라도 더 나은 ‘내 일’을 꿈꾸며 일상에서 작은 승리를 이어가는 ‘사소한 성장담’이야말로 지금 우리네 일터에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저서 <내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마음산책, 2020)> 에는 “그래, 이 ‘현장’이 주는 매력 때문에 내가 그렇게 기자가 되고 싶었지. 기레기라 욕먹고, 내 생활도 없고, 일은 힘겹고 부담스러워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가장 중요한 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가슴 뛰는 일이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내 일을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여전히 스튜디오의 앵커보다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백발의 할머니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라고 한다.

저자 김지경은 MBC 기자이자 〈뉴스투데이〉 앵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성소수자 미디어 재현」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부와 경제부를 거쳤고 시사 프로그램 〈시사매거진 2580〉, 〈후플러스〉 등을 제작했으며, 성소수자와 이주여성, 철거민 등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을 받기도 했다.

평일에는 정치부 기자로, 혈기 넘치는 다섯 살 아들의 엄마로 하루를 불사르고, 주말에는 아침 앵커 임무를 맡아 복부비만에 지방간, 다크서클까지 쓰리콤보를 갖추게 됐다. 나이 마흔에 갑자기 앵커 미션을 받았는데 여느 앵커들보다 통통한 몸 탓에 맞는 옷이 없질 않나, 특보하다 정신이 혼미해지지를 않나, 잊기 힘든 일화가 많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앵커로 일하는 동안 목표는 단 하나, 적어도 40대 여성들의 앵커 진출을 막는 일만은 없도록 하자는 것.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뉴스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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