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저서 <떠나고 만나고 사랑하라(프로방스, 2020)>는 저자의 여행 치유 에세이다. 소설이나 여행기처럼 편안하게 읽히길 바랐던 이 글은, 스페인에서 맺은 불꽃 같았던 사랑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아 무작정 떠난 쿠바에서 마음을 치유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아픈 속내를 글로 담아내 스스로 괜찮다며 자위하기까지 오랜 시간 에둘러 온 듯하다.

“누구라도 살면서 이별을 경험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별은 곧 ‘실패’라고”사랑하는 법을 아직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비리디 비린 성년의 여자가 겪은 이별의 끝은 마치 겨울의 된서리처럼 매서웠다. 스무 살에도 어려웠던 사랑은 반복학습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더라.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 번 잘 견뎌낸 이별이라 해서 두 번째 이별의 아픔이 더 쉬워지거나 상쇄되는 법은 더더욱 없다. 이별 후 곳곳에서 견뎌내야 하는 또 다른 인내가 기다린다. 오지게 아픈 건 난데 주변인들에게 괜찮은 척하느라고 나 자신을 위로할 만한 시간도 평온히 갖지 못한다.

혹시 사랑 끝자락의 이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다 왔으니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다독이고 싶다. 그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 정도 배짱이 생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가 생기게 되면 기다려야 한다. 상처가 아물며 딱지가 몇 번씩 떼이고 붙고를 반복하고 나면 통증도 사라지고 상흔만 남듯이 말이다.

상처가 나도 괜찮다. 인생엔 수많은 반창고가 있으니까. ‘상처’라고 생각되는 감정은 가슴속 깊이 묻어 둔다고 해서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그 상처는 이유 불문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인간의 가장 연약한 구석구석을 찾아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 것이다. 드러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 꺼내어 일반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키는 일, 최대한 사랑스럽게 보듬고 다독이고 당당해지게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스토리’다. 수면 위로 올라와 당당해진 누군가의 스토리는 상처가 아니라 타인을 치유하는 멋진 경험까지 만들어내지 않던가.

스페인에서 시작된 달달하고 풋풋한 사랑이 마치 당신이 했던 그것인양 설레길 바란다. 쿠바에서 이별 수업을 하는 나의 여정이 당신이 겪었던 그 무엇인양 공감하기를 바란다. 어떤 이유가 되었던 나의 글이 당신에게 커피 한 잔에 쿠키 같은 소소(小小)한 힐링이 되길 바란다.

저자 윤정실, 금융전문가이자 코치인 그녀에게 돈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경험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있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호기심 많은 다경험주의자다. 그래서일까 독특한 이력이 눈에 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를 전공했으나 첫 직장인 은행에 입사 후 음대에서 피아노 전공, 연세대학교 신학대학원 긍정심리학 과정 입문, 3,000권 책 읽기에 도전하는 독서광, 사이버대학교에서 6년이란 시간을 중국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하여 23개국 배낭여행.

그 무엇보다 빼곡히 수첩에 적어 놓은 것에 대해 “버킷리스트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자 사랑하는 일이죠. 30가지를 달성했어요. 31살 때 부모님을 위해 가평에 500평 땅을 사 LOVE HOUSE를 건축한 일까지. 다 이루지 못해도 괜찮아요. 단지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니까요.”

뾰족한 ‘V’라인 턱에 22인치 개미허리가 나잇살을 접하고 잘록한 허리의 경계를 없애버린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단다. 현재라는 지금을 관대하게 살아 내는 법을. 사랑이란 것도 그렇게 하룻저녁 반짝이는 그 무엇이 아닌 밥숟갈에 얹어지는 일상의 반찬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사랑과 이별 그리고 만남’에 대해 책을 내놓았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는 그때 그 뜨거웠던 사랑, 삶의 끄트머리에서 간신히 헤어난 이별, 움켜쥔 추억을 36.5도의 따뜻한 감성으로 써 내려간 이 글은 더 이상 이별은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