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2018년 초, 영국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는 뉴스가 한동안 화제였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민자, 난민 등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국가가 ‘외로움’을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직접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도 2020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보고받는 자리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종합 패키지’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1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이들의 고충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영국처럼 국가가 나서서 1인 가구의 외로움을 해결해야 할까? 국가가 1인 가구 정책을 마련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그런데 우리는 과연 1인 가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저서 <나는, 나와 산다(끌레마, 2020)>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오랫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며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온 저자는 1인 가구라는 ‘집단’이 아니라 혼자 사는 ‘한 사람’의 내밀한 처지와 고민에 주목했다. 성별, 나이, 주거 형태, 혼인 여부, 가정 형편, 성 정체성, 건강 상태 등이 각기 다른 스무 명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인 가구를 둘러싼 무수한 클리셰 너머에 있는, 스무 명의 고유한 생활상과 감정적·현실적 애로사항을 그대로 싣고, 그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통적인 삶의 조건들을 헤아려본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각 개인의 사정을 잘 살펴서 혼자 살아도 견딜만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핀다. 이것이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 <나와 산다>에, 위드 미(WITH ME)와 아웃 오브 패밀리(OUT OF FAMILY)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스스로 원했든 아니든 지금 ‘(가족으로부터) 나와서, 나 자신과 사는’ 혼자들의 모자이크이다. 이 책의 추천글을 쓴 김원영 변호사는 “인터뷰이에 대한 섬세한 이해, 배경 논의에 대한 진중한 성찰, 1인 가구를 낭만화하지도 불행히 여기지도 않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2020년 삶의 진실에 조금 더 다가간다”고 말했다.

저자 김민아는 사람을 좋아해서 이야기 듣기를 몹시 즐기지만 그러고 나면 오래 끙끙댄다.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이 있듯, 아픈 사람의 처지와 형편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통에 도리 없이 이 책을 쓰게 됐다. ‘슬픔은 간이역에 코스모스로 피고…’라고 가수가 노래하면 과연 어떤 정경일까 궁금해서 노랫말을 곱씹어 보는 버릇이 있다. 관심 어린 따스한 눈빛만으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믿으며, 평평하게 골라진 땅 위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상을 꿈꾼다.

대학에서 철학을, 대학원에서 상담과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상담과 교육 업무를 거쳐 지금은 정책교육국에서 인권영화를 기획한다. 지은 책으로는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엄마, 없다>, <영화, 사회복지를 만나다(공저)>, <별별차별(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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