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세상의 아름다운 동천과 명승, 건축물 등을 글과 사진에 담아온 인문여행가 김종길이 한국의 옛 정원을 학술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문학적 시각으로 새롭게 썼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일본만 가도 정원 관련 책들과 연구가 매우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구서도 많지 않지만 그마저도 일반인이 보기 어려운 학술서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부 학자들의 전통 정원에 대한 현학적인 태도로 인해 소수 관련자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우리 정원에 대한 인문학적 기행서는 현재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저서 <한국 정원 기행(미래의창, 2020)>에서는 그런 아쉬움들을 반영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방법들을 제시한 점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먼저, 동선을 따라 정원을 관람하면서 그 특징과 공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다수의 정원서가 우리 정원을 단순히 열거하여 소개하거나 조경이나 건축 혹은 상징물 등의 설명에만 그쳤다면, 이 책은 VR로 구성된 화면을 보듯이 진입로부터 함께 입장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 다음으로 정원을 만든 사람과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반영됐고, 정원가의 사상이 어떻게 구현됐으며, 후손들은 정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살펴봤다. 마치 한 편의 역사서나 다큐멘터리를 보듯 흥미롭게 기술된 당대의 역사적 배경을 읽다 보면 왜 이언적의 〈독락당〉이 그토록 폐쇄적인지, 흥선대원군은 어떻게 해서 김흥근의 별서를 빼앗아 〈석파정〉이라 이름 지었는지를 저절로 알 수 있게 한다.

또 우리 정원 보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함으로써, 실제로 정원 현장을 답사할 때의 유용함뿐만 아니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로 충분히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조선시대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주택?별당 정원까지 집중적으로 다룬 이 책은 옛 정원 40여 곳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과 옛 그림들만 봐도 함께 답사를 다닌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또 추가로 그밖의 정원들까지 30여 곳을 짧게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정원을 책 한 권에 총망라한 셈이다.

책 속에는 “정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옛 정원을 조성한 정원가들은 대부분 문인이었다. 그들은 현실 세계와의 싸움에서 잠시 물러나 다시 도약하기 위한 장소로, 때로는 학문과 휴식의 장소로, 혹은 세상과의 일정 정도 단절을 위한 은거지로 산수 수려한 적당한 곳을 골라 정원을 조성했다.”라고 한다.

저자 김종길은 인문의 공간을 탐닉하는 인문여행가이다. 십수 년 동안 한국의 미(美)를 사진에 담아왔다. 〈월간 문화재사랑〉(문화재청)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썼고, EBS 〈한국기행〉 등 다수의 방송에 자문과 출연을 했으며, LH공사 등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강연을 해왔다. 인터넷에선 필명 ‘김천령’으로 알려져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남도여행법』 , 『지리산 암자 기행』 이 있으며, 최석기 교수가 집필한 책 『조선 선비들의 답사일번지, 원학동』 , 『한국인의 이상향, 지리산 화개동』 사진 작업을 함께했다. 화개동과 덕산동에 이어 지리산 백무동의 사계절을 사진에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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