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이탈리아 정신보건 혁명에 관한 책, <자유가 치료다> 저자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 수난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기술한 책이 저서 <여기 우리가 있다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0)>이다. 여러 나라의 경우 이미 1970~80년대 탈시설화를 이루어 지역사회 정신보건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신보건은 한참 뒤쳐져 있다. 여전히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장기 입원해 있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정신장애인의 감염과 희생이 유난히 컸다. 이는 폐쇄되고 환기가 안 되는 조건에서 많은 사람이 밀접하게 지내야 하는 생활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사회 관심 밖에 놓여 있던 정신장애인의 현실이 코로나19 유행으로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현실은 어제 오늘이 아니라 오랜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 온 수난의 결과이다.

시대에 따라 수용의 주체나 수용 공간의 외형, 수용 방식이 조금씩 달라질 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국가의 역할도 별 차이가 없다. 민간이 강고한 수용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국가는 이를 지원한다. 민간 수용 체계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국가는 외면하거나 소극 대응에 머문다.코로나19 유행으로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수용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폐쇄되고 밀집된 환경에서 장기간 수용되어 지내는 현실이 바이러스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이런 끔찍한 현실을 사람들이 알기나 했을까?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모습은 과거 100년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대한민국 정신장애인 수난의 역사 한 단면이 생생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뉴노멀을 요구한다. 정신장애인에게도 뉴노멀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그들이 원하는 뉴노멀은 무엇일까? 과거 100년의 낡은 체제를 벗고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이 뉴노멀일 것이다. 코로나가 지나고 미래에 새로운 바이러스 팬데믹이 도래할 때는 시설에 남은 정신장애인들이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저자 백재중은 내과 의사로 차별과 혐오가 없는 건강한 세상을 꿈꾸고 있으며 인권의학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자유가 치료다 (2018년)>, <의료 협동조합을 그리다 (2017년)>와 <삼성과 의료민영화 (2014년)>가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