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EBS>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오늘 18일(목) 21시 50분 EBS1 <다큐 잇it>에서는 “오래가게”가 방송된다. 우리나라에 오래된 가게, 일명 ‘노포(老鋪)’라고 불리는 가게는 몇이나 될까? 일본에서는 100년 이상 전통을 지켜온 가게는 되어야 ‘노포’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50년 이상 된 가게도 드물다. 급격히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추억의 맛과 소중한 전통을 잊어버리게 된 것은 아닐까? 가게가 오래갈 수 있는 비결? SINCE 1951 만두 가게에서 답을 찾다!

“만두요? 셀 수 없죠, 정말 많이 만들었어요. 온종일 만두 싸요. 지금 보면 손이 다 틀어졌어요, 관절 같은 데가 아파요. 하나하나 손으로 하는 게 보통 정성이 아니야.”<곡서연/ 41년 경력의 만두가게 사장>

부산 여행의 시작이자 끝, 부산역 맞은편에는 한국의 작은 중국 차이나타운이 있다. 그곳에는 올해로 딱 70년 된 만두가게가 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이나타운 맛 집이라면 이곳을 손꼽을 정도다. 이토록 오랜 기간 유지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이 가게의 주인인 곡서연 사장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고집스러운 당일 소진의 원칙, 직원의 복지는 손님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철학, 깐깐한 청결 유지, 무엇보다 변함없는 손맛까지. 정석을 지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것을 알아주는지 이 가게엔 오랜 단골들이 많다.

정정하던 손님들이 이제는 지팡이를 짚으며 찾아오고, 어린아이였던 손님이 이제 그의 자식들과 함께 찾아온다. 그녀는 그런 손님들이 눈에 밟혀 이미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주고도 41년간 현역으로 뛰는 중이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만두를 빚는 손엔 어느새 오랜 세월의 고단함이 묻어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지금처럼만 정직하게 가게를 이어가고 싶은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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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노가리 골목 터줏대감에 불어온 젠트리피케이션 바람

“그 젊은 친구들, 여기를 ‘힙지로’라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다고 느껴야 하는데, 어떤 한 사람의 골목이 된다면 다양함이나 특징이 없어지니까 사람들이 식상해서 금방 다 빠져나가지 않겠어요?”<강호신/ 40년 전통의 노가리 호프집 사장>

대한민국은 요즘 패션, 인테리어, 음악 등 다방면에서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그중 일명 ‘힙지로’라고 불리며 중년부터 대학생까지 전 세대를 불러오는 을지로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옛 감성의 ‘힙’스러움에 빠지고, 중년 세대는 오랜 기간 이곳을 지내오며 생긴 추억을 잊지 못한다.

‘뉴트로’의 대명사 을지로의 중심에는 40년 전통의 호프집이 있다. 가장 일찍 문을 열고 가장 일찍 문을 닫으며, 연탄에 구운 노가리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일 시원한 맥주가 쉴 새 없이 채워진다. 그런데 그 ‘힙’한 호프집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2018년 10월, 건물주와의 계약 연장이 불발되며 40년간 일궈온 가게를 하루아침에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두 배 올려서 주겠다며 설득도 했지만, 이를 거부당하고 현재는 명도소송까지 간 상태. 획일화된 프랜차이즈 거리가 아닌 자유롭고 다양한 가게들이 매력이었던 을지로, 이대로 간다면 이 을지로마저도 거대자본에 의해 잠식될 위기다. 추억의 맛을 잊지 못한 중년과 새로움에 빠진 청년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 두 세대의 공존은 이대로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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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이어오는 원조 밀면집, 낡은 시장 골목에서 떠나지 못하는 이유

“1대 사장님께서 통일될 때까지는 무조건 여기에서 이사 가지 말고 장사하라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68년째 하고 있지만, 외부 사람들, 고향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가 장사하는 거예요.”<유상모/ 100년 전통 밀면 가게 주인>

부산 남구 우암동에 있는 한산한 골목길, 그곳에 유난히 북적이는 가게가 있다. 주인뿐만 아니라 맛도, 거래처도 오래되어 모든 것이 전통으로 남아 있다. 좁은 골목을 지키는 이 가게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1919년 이북 땅 함경남도 흥남에서 냉면을 팔던 1대 대표 故 이영순 여사는 이후 1950년 일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 현재의 가게에서 다시 냉면집을 개업했지만, 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사무쳤다. 1대 대표의 큰딸이자 2대 대표 故 정한금 여사의 유언은 통일될 때까지 이 자리를 지키라는 것. 그렇게 3대를 거쳐 4대까지 이어오기까지 앞집, 옆집을 사들인 후 골목을 막지 못하게 집을 9번이나 고치는 일이 있었다. 그리운 고향의 맛을 찾아오는 단골 손님들에겐 변치 않는 이 가게가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자영업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서 자리를 지키며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오래가게.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자영업에 희망을 주고, 더 나아가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될 수 있다. 문화와 유산이 특별할 게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고 획일화된 현대사회에서 오랜 전통을 빛내는 가게들이야말로 우리가 지키고 계승해야 할 것들이다.

느리지만 정성스럽고, 오래됐지만 그래서 더욱 빛나는 <오래가게>는 오늘 18일(목) 21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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