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전민경 칼럼니스트] 어느 날, 회사에서 넉 달째 일하고 있던 한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 말했다. 그녀는 서류 한 장을 들여다보며 들떠보였다. 

“저 2주 후에는 그만둬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가 퇴원하시면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려고 해요. 7월에 출발하는 걸로 정했어요.”
“갑자기 어학연수를요?”
“원래 어학연수를 가고 싶어서 돈 모으는 중이었거든요. 이제 연수 갈 돈을 모았으니 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요. 요새 영어를 잘해야 취직이 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휴학을 오래 하게 됐네요.”
“네. 영어를 배우려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어요.”
“알겠어요. 일단 2주 동안 업무를 잘 마무리 해주세요.” 

그녀는 어머니의 간호를 위해 한 학기동안 휴학을 했다. 보통 일주일에 세 번 회사에 와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일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졸업하기 전에 회사에서 잠시라도 일하면서 돈을 벌고자 지원했다. 마침 회사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을 단기적으로 채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어서 몇 개월 동안 채용했던 터였다.

그녀는 홈페이지에 관련된 이미지를 업데이트하거나 엑셀이나 워드로 필요한 자료정리를 했다. 그래프와 자료를 가지고 보고서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엑셀을 잘 사용하지 못했는데 일을 하다가 늘면서 어느 정도 업무가 익숙해질 즘이었다. 일반적으로 업무를 할 때 엑셀을 잘 하는 것은 잘 만들어진 데이터로 인해 보고서의 질을 높혀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나는 그녀가 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업무를 어느 정도 더 익숙하게 하게 되면, 나중에 그녀가 다른 회사에 취업한 후에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얼마 전에 필리핀에서 한국인 살인 사건이 있었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의 모국어는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발음이나 구사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게다가 한국인 집에서 하숙을 한다니 말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녀의 영어가 얼마나 늘 수 있을까? 정말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6개월 동안 가면 취업에 도움이 될 정도로 영어가 확 달라질 수 있을까?

취업준비생들이 어학연수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싸고 저렴한 어학연수를 가더라도 어학연수를 갔다 왔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영어를 월등하게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것을 종종 봤다. 마치 어학연수가 유행이라도 되는 듯 너도 나도 가는 것은 얼마나 유익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정말 가고 싶다면 동남아시아보다는 모국어가 영어인 나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뉴욕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배운다고 뉴욕에 왔다. 하지만 대부분이 몇 개월 후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영어로 쇼핑하고 주문하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미국인과의 복잡한 대화는 불가능했고 더욱이 회사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영어는 물론 아니었다. 그들의 어학연수 코스는 ‘외국인을 위한 랭귀지 프로그램’으로 대다수가 한국인과 중국인 학생들이었다.

유럽에서 오거나 그 외의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두세 명 정도였다. 실제로 현지의 미국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보다는 외국인들끼리 영어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심지어는 프로그램의 같은 레벨에는 모두가 한국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수업도 있었다. 수업 후에도 그들은 같은 나라 출신들끼리 몰려 다녔고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적었다. 물론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어학연수 동안에도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도 있다. 다들 어학연수만 다녀오면 영어가 엄청나게 늘기를 기대하지만 결과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제대로 된 어학연수를 가려면 한국인이 없는 영어권 나라의 시골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 나라와 문화에 푹 빠져서 현지인들과만 어울리는 게 영어를 향상시키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자신의 영어가 월등히 달라져 있기를 바란다면 연수 내내 영어로만 말하라고 권하고 싶다. 

면접장에서 지원자들 중에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를 영어로 해보라고 했다고 가정해보자.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지원자가 다녀오지 않은 지원자보다 당연히 영어를 더 잘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학연수를 다녀온 만큼 영어 실력이 차이가 나는 것을 보여줄 만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면접관 입장에서 ‘이 지원자는 어학연수도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영어를 잘 못하네.’ 또는 ‘어학연수도 다녀왔는데 이 정도밖에 못하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현지인과 소통을 가능한 많이 하라는 충고를 하고 싶다. 현지인과 소통을 많이 해야만 영어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고 이러한 경험은 어느 회사에든 입사 후에도 분명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낯선 나라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두려움이 없어서 해외 관련 업무를 하는데도 수월할 것이다. 

또한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득과 실을 꼼꼼히 다져보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 어학연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학연수를 통해서 자신이 어느 정도 발전 할 수 있고 자신의 영어가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지 목표를 정해놓고 결정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어학연수를 위해서 돈과 시간을 낭비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회화를 공부한 학생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면 그 어학연수는 무용지물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어 회화를 공부 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에 미국인과 1대1로 개인 회화를 배웠다. 일주일에 세 번씩 그와 몇 가지 주제를 정해서 더듬거려도 계속 대화를 했다. 미국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배웠다. CNN을 청취하고 잠깐씩 앵커의 문장들을 끊어서 내 나름대로 연습도 했다.

미국인과 1대1의 과외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영어를 능숙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한 시간 동안 내가 영어로 말하는 양은 상당했다. 이 방법으로 나의 영어 실력은 많이 향상됐다. 처음 수업 때 더듬거리면서 말했던 영어 문장들이 조금씩 매끄러워지며 길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마다 원어민 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있으니 이 방법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자격증은 취업에서 중요할까? 실무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증이나 지원하려는 직무에 적합한 자격증은 도움이 된다. 특히 금융자격증이나 이공계, 자연계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편이 유리하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격증이 있다고 취업이 무조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아니다. 내 친구 B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수학과를 졸업했다. 학교 다닐 때 성적도 좋던 그녀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계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보험회사에 취업할 때 이 자격증은 전문적인 자격증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반대로, 내 친구 D는 이공계 쪽 자격증이 있어도 취업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나 직무와 연관이 없거나 아무 자격증이나 이것저것 취득한 자격증은 이력서에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력서에서 산만한 자격증 리스트는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고 오히려 면접관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력서에 그저 스펙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취득한 자격증이나 인정받기 힘든 자격증은 기입하지 않는다. 어떤 자격증이 채용에 유리할지 항상 신중히 생각하고 작성하는 것이 좋다. 취업에서는 자격증의 취득 여부와 개수가 취업의 당락을 모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취업이라는 큰 그림을 보고 전체적인 조각을 맞춰서 그림을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학연수를 갔다 오면 더 좋다.’, ‘자격증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합격한다.’, ‘어학연수를 갔다 오면 영어만은 잘 하겠지.’ 등의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사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지원자를 더 좋게 보고 자격증을 여러 개 추가했다고 채용하지 않는다. 다른 중요한 요소들도 채용의 고려대상이니 어학연수와 자격증 외에 더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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