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문명탐험가 송동훈이 전개하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치열한 투쟁사. 신화의 바다 에게해를 둘러싸고 자리 잡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500여 년의 전쟁 끝에 남은 것은 지금까지 이어지는 '민주주의'와 '시민 의식'이라는 인류 최고의 가치다.

현장감 넘치는 역사 이야기가 단연 돋보이는 <에게해의 시대(시공사, 2020)>는 페르시아 전쟁부터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의 대단한 진격에서 헬레니즘 세계의 전장까지 꼼꼼하게 훑으며 무수히 충돌하던 문명들을 생생하게 그렸다. 뜨겁게 맞부딪히는 격전의 순간에서 세상의 인식을 뒤바꾼 거대한 전쟁의 역사를 읽는다.

“지금이야말로 자유를 위해 일어날 때다” 이 책은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전쟁, 헬레니즘 전쟁 등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전 1세기까지 500년에 걸쳐 에게해 주변에서 일어난 굵직한 문명의 충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또한 그 사이사이에 벌어진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전쟁을 다루면서 각각의 전쟁이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알리며 독자로 하여금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상세히 국지전을 다루는 방식은 그동안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전쟁 등 하나의 획을 그은 전쟁만을 다룬 기존의 책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폴리스들이 각자의 가치를 기반으로 충돌하며, 때로는 소멸하고 때로는 제국을 건설해나가면서 가져온 파장을 탁월한 이야기꾼 송동훈 특유의 섬세하지만 과감한 필체로 그려냈다. 저자는 큰 스케일의 사건을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가운데 그 안에서 지금과 맞닿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면을 엄선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텔링과 긴박한 공방은 보는 이의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페르시아, 아테네, 스파르타, 마케도니아, 코린토스, 테베부터 시라쿠사, 에피담노스, 포티다이아, 암피폴리스, 플라타이아이, 미틸레네, 멜로스 등 이름조차 생소한 폴리스들의 흥망성쇠는 전쟁사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크세르크세스, 레오니다스, 페리클레스, 알렉산드로스부터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까지 한 시대를 수놓은 영웅들,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등 위대한 철학자,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등 당대의 역사가들의 업적을 그저 나열하지 않고, 시대의 한가운데서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이들과 함께 활약하는 모습을 그렸다. 저자가 새롭게 조명한 역사 속 인물들은 단순한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한 인간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이 책에는 영원한 라이벌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이야기는 물론,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알렉산드로스의 죽음 이후 분열하고 다시 엮이며 역사를 탄생시키는 이들의 박진감 넘치는 서사가 이어진다. 전쟁 영웅으로 주목받아온 사람들의 행적을 시대와 정치 속에서 다시 읽음으로써 위대한 지도자의 등장을 좀 더 면밀하게,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중요한 관점이 녹아 있다. 전쟁에 얽힌 개개인의 욕망이 당대 정세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결국 새로운 시대가 탄생하고 저물었음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저자 송동훈은 문명탐험가. 12년 동안 조선일보에서 기자로 일했고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산업부를 거쳤다. 2009년 독립해 역사와 사람, 사회와 세상을 알기 위해 책을 읽고, 여행한다. 그렇게 얻은 지식과 관점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강연하고, 책을 쓴다. 신세계그룹과 함께 인문학 중흥을 위한 프로그램 ‘지식향연’을 기획했고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세상을, 세상과 한국을 연결하는 바르고 튼튼한 다리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연세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대학 국제학대학원(GSIS)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저서로는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서유럽·동유럽·지중해 세 편과 《세계사 지식향연》 영국-스페인 편, 《대항해시대의 탄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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