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환의 <생각정리스피치> ⑦

<사진=손석희 페이스북>

[한국강사신문 복주환 칼럼니스트] 손석희의 앵커브리핑.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의 스피치를 분석하다 보면 감탄이 절로 난다. 예리한 시각으로 관찰해 사물 등 대상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손석희 앵커는 소재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결을 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남들에겐 평범한 이야기도 자신만의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여 좋은 스피치로 연결한다. 2016년 4월 5일에 방영되었던 ‘벚꽃 잎 날리고 봄은 아름다운데… 사쿠라엔딩’의 앵커브리핑 대본을 함께 읽어보자. 이 글의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어떤 부분을 표시해 두었는지 함께 읽어보자.

오늘(5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바다 건너 제주에서 강원도 산골까지 1. 전국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물들었습니다. 봄바람과 함께 찾아온 ‘벚꽃앓이’에 2. ‘벚꽃엔딩’이란 이 곡은 벌써 4년째 차트를 역주행 중입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항상 일어나는 논란 바로 3. 일제잔재 이야기입니다. 벚나무는 일제가 1907년 창경궁에 처음 심었고, 1924년부터 이곳에서 ‘야앵(夜櫻)’ 밤 벚꽃놀이가 열리기 시작했죠. 해방 이후 벚나무는 국적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1980년대 초, 당시 창경원에 심어졌던 벚꽃 2,000여 그루는 궁을 복원하며 모두 뽑혔습니다. 진해 벚나무들도 한때 일제의 잔재라며 잘려나가다 원산지가 제주 왕벚나무라는 ‘DNA’ 검증 끝에 어렵사리 살아남았습니다. 윤중로 벚꽃축제도 어느 사이 여의도 봄꽃축제로 이름을 슬쩍 바꿨더군요.

기실 벚꽃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원죄는 광복 70년이 넘도록 4.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한일 양국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한일 양국이 ‘12·28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여전히 “강제연행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들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그 때마다 불가역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합의정신’ 이행만 강조하는 우리 정부에 사람들은 야속해 했습니다. 그리고 좀 박하게 말하면 그런 우리 정부가 유일하다시피하게 내놓은 단호한 조치는 소녀상 지킴이로 나섰던 대학생을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뿐입니다.

5. 벚꽃의 일본명은 ‘사쿠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다른 속셈을 가지고 어떤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사쿠라라 칭하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6. 그 말의 유래를 따져보면 벚꽃 자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이는 '사쿠라니쿠', 즉 벚꽃 색깔을 한 연분홍빛 말고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쇠고기인줄 알고 샀더니 말고기더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온 사방에 벚꽃잎은 날리고 봄은 아름다운데 오늘로 100일을 맞은 위안부 합의와 검찰로 송치된 젊은이를 보니 쇠고기인줄 알았던 말고기 즉 사쿠라니쿠가 떠올랐다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JTBC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 ‘벚꽃 잎 날리고 봄은 아름다운데…사쿠라엔딩’ 전문

<사진=손석희 페이스북>

앵커브리핑의 주제는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한일 양국에 대한 비판’이며, 소재는 ‘벚꽃’이다. 시청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독창적인 소재를 동원했다. 도입 부분에 ① 전국에 흩날리는 벚꽃 풍경 사진을 배경으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② 벚꽃엔딩이 흘러나오며 앵커브리핑이 시작된다. 서론은 ③ 일제 잔재이야기로 벚꽃 원산지에 대한 오해와 결과를 말하고, 본론에 ④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한 한일 양국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결론에는 ⑤ 벚꽃의 일본명인 ‘사쿠라’와 ⑥ 그 말의 유래인 사쿠라니쿠의 속뜻을 인용하여 촌철살인(寸鐵殺人) 멘트와 함께 마무리된다.

아무리 많은 소재를 동원하더라도 여러 소재가 주제로 집약되지 못하면 오히려 스피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JTBC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은 소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주제로 집약되는 통일성까지 엿보인다. 스피치를 잘하는 전제조건 중 하나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한 풍부한 자료, 즉 소재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소재는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좋다. 상대방의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뻔한 소재로는 결코 흥미를 끌 수 없다. 소재가 풍부하고 다양해야 이야기가 다채롭게 흘러간다. 좋은 소재는 말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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