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기원전 1만 5천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걸어온 ‘개’, 그들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을까? 저서 <독한 세계사(은행나무, 2020)>는 단순 개에서 애견, 이제는 반려견으로 자리 잡은 개가 인류의 역사 속에 어떤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겨왔는지 ‘개중심’적 시각으로 톺아보는 새로운 관점의 역사서다. 세계 4대 문명 발생지를 중심으로 개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역사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과 지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양한 일화를 통해 살펴본다.

사후 세계가 중요했던 고대 이집트에서는 망자의 삶을 심판하는 죽음의 신 아누비스가 개의 형상을 했다. 또한 개가 죽으면 악재가 일어난다고 믿어 신성한 제례 의식과 함께 눈썹을 미는 비보 풍습도 있었다. 인간 중심적 문화가 팽배하던 중세에는 개가 부엌의 불을 떼기 위해 쳇바퀴를 굴리기도, 인간들의 발을 데우기 위해 강제로 식탁 아래서 생활하기도 했다.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고 계급이 발생하면서 개는 귀족과 엘리트들의 소유물이 되었고, 덕분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사육되면서 현재 ‘동반자’의 위치까지 이르게 되었다. 

반면 동양에서는 과거와 현재 따질 것 없이 꾸준히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 인류에게 하늘의 곡식 씨앗을 가져다준 개, 인간과 숲의 공존을 지키기 위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하얀 개, 만주사변에서 수많은 병사들을 살린 개, 맹수나 귀신을 물리치고 주인을 구하는 지방 곳곳에 퍼져 있는 의견 설화들까지 믿음직스러운 동반자로서 꿋꿋한 개의 발자국을 쫓아본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개는 인간과 함께 도시의 삶에 가까워져 왔고 이제는 정말 소유의 개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일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개’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진정 이들을 ‘가족’으로 생각하고 대하고 있을까? 문화적 자본이 없는 산업의 성장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이다. 그들과 인류가 함께 해온 역사를 샅샅이 살피고 되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공존의 역사를 써나가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저자 이선필은 이탈리아에서 유럽정치를 전공한 백면서생이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애견 학원을 개원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개들과 부대끼고 어느덧 우리 집 서열 1위가 된 ‘일월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동물권과 반려 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 양재동에서 애견 옷 학원과 애견 수제 간식 학원을 운영하며 한국외대에서 〈동물복지의 인문학〉 교양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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