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션현미경 이용해 암세포 흘러갈 때 세포흔적 발견…새로운 암진단법으로 주목받아

왼쪽부터 김민석 교수와 김혜윤 학생 <사진 출처=이화여자대학교>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혜숙)는 의과대학 김민석 교수 연구팀이 미세진동을 이용한 AI 기반 기술을 통해 암세포를 탐지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혈액내 암세포가 흘러갈 때 생기는 흔적을 관찰함으로써 암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혁신적 의학기술이 생긴 것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최근 바이오센서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바이오센서와 바이오전자(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저널(2019년 JCR Chemistry, Analytical 분야 1위)을 통해 ‘모션현미경을 이용해 유방암 세포가 흘러가며 흔적을 남기는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암세포를 탐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는 김 교수의 제자이자 본교 의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김혜윤 학생이 제1저자로, 의학과 김민석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본 연구는 암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세포내 에너지원인 ATP를 대량생산할 때 0.1~5Hz의 미세한 진동을 유발할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가설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하던 중에 커피잔의 액체가 진동하는 모습으로 주변의 대화내용을 AI 분석하는 영화 <이글아이>의 장면에서도 새로운 단서를 얻었다. 김 교수팀은 이러한 분석을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 MIT 출신 에이브 데이비스(Abe Davis) 박사가 개발한 AI 기반 소프트웨어 ‘모션현미경(Motion microscope)’을 활용했다. 이 현미경은 사물의 미세한 떨림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뒤 영상 속 픽셀을 증폭, 시각화함으로써 거대한 건축물이나 기계의 미세진동을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 모션현미경을 이용해 혈액내 유방암 세포가 흘러가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암세포 뒤쪽으로 기다란 물결 모양의 꼬리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세포가 지나는 흔적(cellular trail)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꼬리는 0.5~1.5Hz의 진동에서 암세포에서만 관찰됐고, 일반적인 혈액세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이 세포흔적이 암세포의 어떤 물리적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미토콘드리아의 생산활동 때문에 진동이 생길 것이라는 기존 가설을 토대로 암세포에 미토콘드리아 활성 저해제(NaN3)를 처리했지만 세포흔적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미세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으로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을 지목하여 암세포막의 구조와 세포부착(cell adhesion)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일부 제거했을 때는 세포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세포흔적이 암세포의 균일하지 않은 표면이 유체를 이동할 때 생기는 마찰에 의한 미세진동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흔적에 구글이 개발한 기계학습 엔진 ‘텐서플로(Tensorflow)’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사람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암유무를 탐지할 수 있었다.

<자료 출처=이화여자대학교>

이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암환자 16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하여 혈액 속을 떠도는 암세포로부터 이 지나가는 흔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의 생물학적, 화학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암세포의 물리적 특성 특히 미세진동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큰 연구이다.

본 기술을 통해 기존의 암 진단법인 항체나 형광물질, 방사능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진단이 가능하며, MRI나 엑스레이를 통해 암조직을 판단할 때 보조 자료로서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또한 암 제거 수술 이후에도 혈액을 순환하는 암줄기세포(cancer stem cells)가 남아 있는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일상생활에서 헌혈하는 과정에서 혈액 내 암세포 판별이 가능해 국민보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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