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어느 자동차 판매 왕에게 영업비결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이외의 대답이 나왔다. 무슨 일이든 대충 한다는 것, 고객에게도 대충 신차에 대해 설명하고 대충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러 다니고 가끔 사우나에서 대충 시간을 때우기도 한단다. 그러나 대충 하다가도 정작 차를 살 것 같은 사람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진다. 대충대충하는 속에 그는 필살기를 갖고 있다.

만약에 그가 모든 사람들에게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하나하나 철저히 계획을 세워 움직였다면 그는 판매왕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대충대충’이라는 말을 상당히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 하나하나를 대충 넘어가지 않으려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된다. 우리 몸은 철인이 아니다. 게다가 대충 하는 것을 못 참는 성격이라면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인데, 완벽은 허상일 수 있다. 완벽하다는 것은 최종 목표일뿐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가 느끼는 완벽을 추구한다면 에너지를 더욱 많이 투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건 사람 죽이는 것이다. 완벽하게 하다가 다른 쪽으로 기회비용을 지출한다. 일을 너무 잘하려 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이다. 그래서 어차피 완벽하게 못할 바에야 대충해서 몸이라도 잘 건사해야 한다.

사실 대충해도 잘 통하는 것이 너무 많다. 수술, 검사, 심사 등 일정한 측정과 평가가 가능한 일은 대충해선 안 되지만 사소한 것, 다른 곳에서 몇 번 더 고민 할 것, 가벼운 사항이나 위임한 부분은 대충해도 무방하다. 이런 것 까지 다 낚아서 챙기려다간 하루 48시간이라도 모자랄 것이다.

계획 없이 안부를 확인하러 갑자기 방문한 고객에게는 대충 이야기를 나눈 뒤 돌려보내야 한다. 시시콜콜 중요하지도 않은 사항을 묻는 상사에게는 기분 나쁘지 않게 대충 대답함이 원칙이다. 기차 타기 전 30분 동안에는 서점에 들러 대충 신간을 훑어보고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닌 다른 부서의 간단한 업무 보고는 대충 듣고 지나쳐야 한다.

대충 넘어가도 될 것을 일일이 다 챙기다가는 공연한 신중함에 인심까지 잃는다. 실무자가 밤새도록 다듬은 이전에 기획을 마친 보고서를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읽으면서 오탈자를 찾아보라. 보고를 하는 부하직원이 뒷골목에서 그 상사를 기다리고 싶을 것이다. 행사 안내원이 수많은 시사회 관객들의 입장권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확인하며 입장을 시켜보라. 관객들은 화가 치밀 것이고 제시간에 자리에 앉지도 못하리라.

만약 꼬치집에서 당신이 일일이 먹은 꼬치개수를 세며 먹은 만큼만 계산을 맞춘다면 함께 간 사람들이 다시는 함께 뭘 먹자고 하지 않을 것이며 스마트폰 문자, 스팸메일까지 하나하나 확인한다면 당신을 지극히 할 일 없는 사람으로 바라볼 것이다.

대충한다는 것은 건성건성 보다는 부담 없이 여유 있게 한다는 의미가 더 짙다. 대충대충 하는 것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고 생활에도 활력이 붙는다.

특히 조직의 리더들은 대충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꼼꼼함은 실무자의 역할이니 리더는 대충 크게 보고 움직여야 한다. 헬리콥터 높이로 조직을 바라보라는 말이 있다. 자동차 위 정도의 높이는 너무 가깝고 비행기 높이는 너무 멀기 때문에 너무 높이도 낮지도 않은 헬리콥터의 높이가 리더의 위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모든 것을 대충하라는 것은 아니다. 대충하다가도 할 때는 제대로 해야 한다. 예비군들이 훈련을 대충 받으며 굼실대다가도 정작 중요한 상황에는 전광석화처럼 몸을 민첩하게 날리며 어느 순간 기민해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충대충 공을 쫒다가도 결정적인 기회에 공을 낚아채 골인시키는 선수가 정말 프로이다. 책을 대충 읽더라도 인상적인 구절은 놓치지 않아야 하듯 대충 하면서도 카운터펀치처럼 뭔가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하자

대충대충하는 것, 대충대충하도록 해주는 것, 대충대충해도 잘못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때에 따라서는 나름대로의 권장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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