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오랫동안 좋아하고 아끼던 이에게 사실은 그동안 자신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방송작가 신소영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진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픈 만큼 솔직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저서 <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웅진지식하우스, 2020)>는 그가 자신을 돌아보며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관계와 과정’에 대해 써 내려간 에세이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는 건가, 싶은 그의 이야기들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우리의 지난날과 너무나 닮았다. 이 책의 시작이 된 그의 연재(오마이뉴스, 브런치)는 300만 조회라는 뜨거운 호응과 함께, 특히 각자의 공간으로 많이 공유되었다. 이는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주고 꺼내준 반가움과 후련함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섬광이 머리를 스치는” 듯했다는 독자 리뷰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솔직하고 예민한 각성이 힘겹고 복잡한 우리 삶의 크고 작은 힌트가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비혼, 프리랜서 작가, 중년으로 살아가는 그는 자신을 늘 애매하고 어중간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경험과 감정은 우리의 것과 자연스레 포개진다. 친구의 결혼 소식을 한껏 축하해주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자기만 뒤처지는 것 같은 패배감에 휩싸이던 순간, 둘도 없는 절친이 자신이 매일 이야기했던 짝사랑남과 사귀기로 했다고 고백했을 때의 배신감, 잘 따르던 선배가 회사를 차리자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함께했지만 얼마 못 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던 비겁함,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라는 문자는 많이 받았지만 정작 옆에는 아무도 없는 생일날 등 우리를 먹먹하게 만드는 그 날의 공기들이 이 작은 책에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저자 신소영은 뭐든지 탁월하기보다는 애매하고 어중간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쓴맛을 많이 봤다. 이제는 ‘열심히’보다 ‘정성스럽게’ 살고 싶을 뿐이다. 잘 쓰진 못해도 계속 쓰는 꾸준함, 적당한 거리와 선을 아는 태도,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덜어내고 나다운 것을 더 채우겠다는 다짐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상을 잘 쓸고 닦으면서 말이다. 20대에 방송작가로, 30대에 잡지사에서 편집기자로, 다시 40대에 MBC와 CBS 라디오에서 방송작가로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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