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저서 <거대도시 서울 철도(워크룸프레스, 2020)>는 제목 그대로 서울이라는 거대도시를 둘러싸고 전국의 도시로 뻗어 있는 철도를 ‘백과전서’처럼 다룬 책이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철도를 역사적, 공학적, 제도적, 정책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다룬다. 일반 대중에게 철도는 그저 대중 교통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 특별한 관심거리가 아니다.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열차가 지연되거나 사고가 날 때, 요금이 오를 때, 혹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 가치를 올려줄 때 정도다. 그러나 이 책은 교통의 세계에서, 나아가 인류에게 철도가 가지는 의미가 그 이상임을 밝힌다.

인류와 함께한 지 200년이 지난 교통수단인 철도는, 종종 한물 간 교통수단으로 취급받곤 한다. 실제로 20세기 중반 이후 자동차화의 물결과 함께 철도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문 앞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동차와, 먼 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항공기 앞에서 철도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자율 주행’이라는 장밋빛 예언은 철도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그러나 저자의 논의에 따르면, 기술 발전 및 자율 주행이 던지는 미래의 전망 속에는 따져봐야 할 중대한 문제들이 여럿 숨어 있다. 특히 이것이 몰고 올 소위 ‘두 번째 자동차화’는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의 파멸을 가속하는 페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의미에서 자율 주행이라는 장밋빛 예언과 동반하는, 기후위기라는 경고는 철도의 미래를 정반대로 예견한다. 전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을 ‘섭씨 2도’, 혹은 그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는 데 철도는 다른 모든 육상 교통수단을 압도하는 힘을 보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량 면에서 철도를 대체할 수단은 없으며, “단순히 이동의 능력이 가져다주는 해방과 인간 개발에만 주목하지 않고,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훨씬 더 효율적이고 형평성 있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과제에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철도는 사실상 유일한 답이다.”

나아가 저자는 재정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국제에너지기구의 ‘섭씨 2도’ 시나리오의 교통 부분 목표가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즉 전 세계에 걸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설되어야 할 철도망의 규모는 물론 그것을 어떻게 각 국가별로 담당해야 할지 세부적인 문제까지 과감하게 파고든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자문한다. “왜 철도를 이런 식으로 다루는가.” 거대도시 서울을 둘러싼 철도를 집중해 다루며, 단순히 철도가 중요다고 역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에 입각해 실제로 그러한지 세심하게 따지는 이 책은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저자 전현우는 서강대학교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자연종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고실험>, <증거기반의학의 철학>, <역학의 철학>,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등을 번역했다. 2005년 이후 철도 현장과 데이터,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교통의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 인천시청 웹진 아이뷰(I-VIEW)를 비롯해 <확장 도시 인천>(공저), <세 도시 이야기>(공저) 등에 철도를 둘러싼 교통의 세계를 다룬 글을 썼다. 현재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철학과 물리학의 눈으로 교통을 바라보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으로 철학이 오늘날의 정교한 지적 분업 체계 속에서 가지는 의미를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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