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발견이다.

여행 에세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트레블코드, 2020)>은 여행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여행 문화를 선도했던 베스트셀러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의 대표 저자 이동진이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취재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해외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저자가 여행을 하는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내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저자는 도쿄 여행 중에 어느 동네의 계단에서 힌트를 얻었다. 계단 앞에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계단을 오른 후에 비로소 그 푯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겠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푯말 덕분에 사람들이 노을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는 "저녁노을에 물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여행도 이 장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지만, 누가 여행지에 푯말을 꽂아두는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렇다고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처럼 푯말이 세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누구에게도 푯말을 세워둘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중요한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가 푯말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한다.

저자 이동진은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철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 남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즐깁니다.

질문의 중심엔 '왜?'가 있다. 물론 눈 앞에 펼쳐진 현상에 대한 이유를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왜?'를 묻는 이유가 있다. 현상의 뒷모습을 알아야 고민의 과정을 디코딩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집한 생각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상에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일을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트래블코드'에서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다.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여행을 갈 일이 많다.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일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여행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하는 일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다. 당연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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