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서른 초반, 저자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행복 대신 어두운 그림자가 저자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이 ‘불행’이란 감정은 초조함으로까지 번진다. 하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비로소 진짜 ‘나’를 들여다보며 겪는 자아 성찰의 시간이다. 이러한 우울감은 오히려 단단한 자존감으로 스스로를 바로 세워줄 소중한 감정인 것이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기분은 직장인들에게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저자는 중대하게 여겨지는 고민이 있을 때마다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간다. 일상을 살다 보면 거시적으로 보는 법을 자꾸만 잊어버리는데, 지금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 같은 고민이 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는 걸 자주 환기시켜주는 게 어떨까?

발가락 끝, 머리카락 한 올까지 한 점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완벽하게 가꾼, 우아하면서도 고독한 30대를 꿈꿨는가? 현실은 집에서 가장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침대에 누워 TV 프로그램을 낄낄거리며 보고 있다. 저자는 민낯으로도 회사에 출근하고, 하이힐이 아닌 운동화를 즐겨 신는 30대가 됐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게 된 지금이 생각보다 근사하다고 말한다.

30대를 정의하는 단어는 ‘성숙’이나 ‘안정’이 아닌 ‘혼란스러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10대 시절에는 학교와 사회가 정해놓은 답답한 틀 안에서 오로지 대학을 목표로 달려야 했고, 20대에는 취업이라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잔인한 현실. 그런데 막상 서른이 되어도 별다른 반전은 없었고 힘든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자의 말대로라면 이미 ‘모든 것의 기초를 세워야 하는 시기(이립而立)’이지만 솔직히 지금 하는 일이 내게 잘 맞는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잘살고 있는지도 헷갈릴 때가 많다. 서른이 되면 더 이상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저서 <질풍노도의 30대입니다만(애플북스, 2020)>에서 서른 초반에 품었던 여러 가지 고민을 담담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질풍노도의 30대를 ‘크리스마스’를 대하는 감정에 비유하면서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며 마법 같은 하루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에 들뜨지만 막상 크리스마스가 되면 평소보다 기분이 살짝 가라앉는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결국 30대가 되어도 그토록 바랐던 인생의 판타지는 일어나지 않고 드라마 같은 상황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시간이 지나며 저자가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것은 지금 보내는 현재가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말해 준 적 없는 두 번째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면서 저자는 지금껏 한 번도 괜찮은지 묻지 않았던 자신의 몸과 마음에 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글을 쓰면서 회피하고 싶었던 기억과도 마주하고 있다. 30대가 되어도 세상에 홀로 거센 바람을 맞고 있는 느낌이 들거나 여전히 처음 마주하는 것처럼 일상의 감정들이 혼란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위안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저자 김희성은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쳇바퀴처럼 느껴져 그제야 ‘나’에게 관심을 갖게 된 30대의 에디터.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콕 하고 와 박힌 말들을 아이폰 메모장이나 사진첩에 박제하는 게 취미. 잠들기 전 내일 먹고 싶은 음식을 상상하다 알람도 못 맞추고 잠드는 날이 많다. 따뜻한 나라에서 요가를 하고 글을 쓰며 사는 게 꿈이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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