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콘크리트의 숲이라 불리는 황량한 도시의 한 가운데, 그 회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현대인은 살아간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회색 상자, 그 상자에 있는 유리창에 비친 하늘의 모습조차 쪽빛 하늘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잿빛 하늘이다. 회색으로 물든 도시 속에 있는 사람들은 도시의 건물이 비슷하게 생겼듯이 서로 비슷한 일상을 살아간다.

세상이 온통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와중에 오직 한 가지만 파랗게 변해간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10년 뒤에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파랗게 물들어간다. 지중해나 몰디브의 바다나 하늘과 같이 눈으로 상큼함이 전해지는 그런 파란색이 아니다. 피카소가 젊은 시절 그린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푸르죽죽한 색으로 현대인의 마음은 물들어간다. 이 책은 불확실함 안에서 푸르죽죽하게 물들어간 저자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마치 멍이 든 것처럼 파랗게 변한 사람 때문인지 우울에 대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다. 우울에 대한 공감과 치유를 주제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상은 아직 밝고, 새로운 것이 많다는 이야기로 책은 채워진다. 그러나 저서 <연필로 쓴 우울 (잔물결,2020)>은 빈말로라도 밝다고 말하기 힘들다. 작가가 작성한 일기를 토대로 재구성한 글은 작가의 우울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당시의 감정을 담담하게 적어놓은 글은 드라마틱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러나 담담하게 작성된 글은 작가의 우울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저서 <연필로 쓴 우울>을 통해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사회를 바꿔놓겠다는 거창한 사회적 운동의 시작으로 작품을 내놓은 것도 아니며, 이 책을 통해 우울을 가진 사람을 보듬어 주겠다는 의식으로 쓰인 책도 아니다. 마치 술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듯 본인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쓰인 책이다. 그래서 작가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우울을 극복해야 할 것처럼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스스로 겪은 ‘우울’이라는 감정을 날것 그대로 독자에게 말해줄 뿐이다. 왜곡되고 과장되지 않은 우울,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통해 퍼렇게 변한 마음을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싶다.

저자 장혜린은 1997년 7월 19일 경상남도 창원시 출생. 태어난 직후부터 십오 년가량을 부산에서만 보내다가 열여섯 살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부산을 떠난 이후로는 도쿄, 미국 메릴랜드 주, 텍사스 주 등 곳곳을 떠돌다가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고양이 “모카”와 함께 서울에 정착했다.

미국의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화학을 전공하다가 자퇴했고, 그 후 일본 도쿄 소재 와세다대학의 국제교양학부에 재학하다가 또 자퇴했다. 이 때문에 남들에게는 도전정신 강하고 실행력 있는 패기만만한 젊은이로 보이는 듯하나 실상은 안정적인 생활과 게으른 일상을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그저 그런 청년 백수이다. 한낮의 공상과 새벽의 쓸쓸함을 즐기는 피터팬. 생각한 것은 무조건 글로 옮겨 두는 습관이 있다. 장래 희망은 인형과 고양이가 가득한 집에서 사는 마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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