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수인 기자] 오랫동안 헤세는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파격적인 글쓰기, 조국 독일의 전쟁에 대한 반대, 독일에서의 출판 금지, 심각한 신경쇠약과 우울증, 그리고 두 번의 이혼, 세 번의 결혼까지도 화젯거리였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많은 사람에게 비난과 질투도 받았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한때는 포도를 재배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항상 ‘글쓰기’로 되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했다. 글쓰기는 헤세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그를 비로소 그 자신으로 만들어주는 ‘무엇’이었다.

헤세는 ‘진정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를 오가며 활동했다. 특히 독일의 칼프와 가이엔호펜, 스위스의 몬타뇰라는 그의 이상을 실현시켜 준 곳이었다. 헤세는 인생과 예술, 학문이 하나 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독학자의 길을 개척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퇴학을 두 번 당했지만 서점 직원으로 일하며 엄청난 분량의 독서를 했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길 위에서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목적지가 없는 방랑’이 필요했다. 헤세에게 예술이란 책이나 이론의 학습이 아니라 험난한 세상과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육체적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7명의 헤세를 만날 수 있다. 헤세의 삶의 궤적을 따라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7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시기별로 헤세의 고민과 주제의식이 작품들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헤세의 출세작인 <페터 카멘친트>(1904)를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1906), <게르트루트>(1910), <크눌프>(1915) 등의 초기 작품과, 전쟁 발발 이후 필명으로 출간한 <데미안>(1919), 창작의 고통과 기쁨에 대해 다룬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1919), 우울증을 극복하며 집필한 <싯다르타>(1922), 히피들이 열광한 <황야의 이리>(1927), 비평가들이 헤세의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노벨 문학상을 받은<유리알 유희>(1946) 등 헤세의 대표 작품들을 작가 정여울의 문학적 감성이 더해진 해설과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정여울은 저서 <헤세: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아르테, 2020)>을 통해 도주에서 방랑으로, 방랑에서 순례로 나아가는 헤세의 삶을 따라 작품을 이해해보길 권한다. 헤세의 작중인물을 보면 ‘방랑하면서 안주를 꿈꾸고, 안주하면서 방랑을 꿈꾸는’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많다. <황야의 이리>와 <데미안>은 시민적인 삶과 초월적인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모험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크눌프>와 <페터 카멘친트>는 운명을 찾아 떠나는 방랑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종교적 초월을 꿈꾸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싯다르타>와 종교와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험을 그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순례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작품의 끝에서 자신을 강렬하게 추동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뜨거운 영감이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구도의 열정이기도 하며, 정착에서도 유목에서도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하는 자기 자신의 본성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저자 정여울은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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