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가도 병풍> 내 ‘은인(隱印)’을 통해 ‘작가 및 제작시기’ 구체적으로 밝혀져

- 이택균 작품 중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 우수해 문화재 지정 가치 높아

이택균 필 ‘책가도 병풍’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사진출처=서울시청>

[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서울시는 조선시대 궁중화원이자 책가도의 대가 ‘이택균(李宅均) 필(筆) <책가도 병풍(冊架圖 屛風)>’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책가도 병풍>은 서울공예박물관 소장품으로, 모두 10폭의 병풍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매 폭마다 세로 3단 또는 4단의 서가(書架)를 배치하고, 그 안에는 각종 서책과 골동품을 자세히 그렸다.

두루마리 · 인장 · 필통 · 벼루 · 붓 등의 ‘문방구류’, 다채자기와 청동기와 같은 ‘고동기물’, 수선화 · 불수 · 복숭아 등의 ‘화훼 과일류’와 함께 백옥 잉어, 공작 깃털, 시계 등이 화려한 색채로 세밀하게 그려진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또한 조선후기에 유행한 ‘문방 애호 풍조’가 서양화의 ‘시점과 구도’, ‘채색기법’ 등으로 구현되어 당대의 보편적 미의식과 문화적 특질,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문방청완(文房淸玩)의 취향을 따르는 각종 ‘공예품’을 책가에 배치한 모습을 그린 <책가도>는 <책거리>라고도 불리며, 중국 청나라의 영향을 받아 조선후기 18세기부터 왕실을 중심으로 제작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에는 문인들 뿐 아니라 기술직 중인과 부민요호(富民饒戶) 계층으로 확대되어 폭넓게 향유되었는데,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 또한 이러한 조선후기의 물질문화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본 작품에서는 병풍 각 폭마다 그려진 서가 칸의 옆면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되는 ‘명암법’, 책을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그리는 ‘투시도법’을 적용한 ‘서양화법’이 확인된다. 당시에는 이를 ‘사면척량화법’이라 불렀다. 또한, 서양의 ‘트롱프뢰유(실물과 같은 사실적 묘사) 기법’ 및 중국의 ‘다보격경도(원근법과 입체감을 살려 책과 문방구를 그린 그림) 양식’과 같은 외래 문물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더불어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동시에 잘 드러난다.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 은인 부분 <사진출처=서울시청>

특히 <책가도 병풍> 안에 숨겨 그려 놓은 ‘은인(隱印)’을 통해 ‘작가 및 제작시기’를 추정할 수 있어 회화사적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택균은 유명한 화원집안 출신으로, 그의 조부 이종현과 부친 이윤민도 책거리를 잘 그렸다. 이택균의 본명은 이형록으로 57세 되던 1864년에 이응록으로 개명하고, 다시 64세인 1871년 이택균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 이형록, 이응록, 이택균의 <책가도> 가운데 ‘은인’이 있는 작품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10폭 병풍 등 국내외에 10여 폭이 남아 있다. 그 중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예정인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의 ‘은인’은 병풍의 두 번째 폭에 있는데, “이택균인(李宅均印)”이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도장으로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은 그 제작시기를 1871년 이후의 19세기 작품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번 문화재 지정조사 과정에서는 ‘안료 성분 분석’을 위한 보존과학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1850년경 서양에서 개발된 인공군청(Ultramarine Blue)이 조선시대 전통회화에서 적극 활용된 사실도 밝혔다.

안료의 색상별 성분분석은 휴대용 X-선 형광분석기를 이용하여 안료 성분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에 사용된 안료는 백색은 ‘백토’, 흑색은 ‘먹’, 적색은 ‘주사와 연단, 석간주’, 황색은 ‘석황과 금분’, 녹색은 ‘양록과 염화동’, 청색은 ‘인공군청’으로 확인되었다.

백토나 진사, 연단, 석간주, 석황, 금분, 염화동은 우리나라에서 고대부터 사용한 전통 안료이며, 양록이나 인공군청은 1850년 전후 서양에서 들어 와서 사용되어진 안료이다. 전통 물감에서 청색을 표현하는 천연 청금석(Lapis-lazuli)이나 석청(Azulite)은 당시에는 매우 비싼 안료였다. 1850년경 서양에서 개발된 인공군청이 수입되면서 초상화, 불화 등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본 문화재 또한 인공군청을 전통 안료의 대체재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서울공예박물관 소장 ‘이택균필 <책가도 병풍>’은 조선후기에 상품경제가 발달하고 소비문화가 확산되던 풍조를 시각적으로 잘 대변해 준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가운데서도 화격이 가장 뛰어나고 보존상태가 좋으므로, 이를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서울시보>에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회(동산분과)’의 심의를 거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할 예정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