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고양 <자료=새라의숲>

[한국강사신문 조전회 칼럼니스트] 신이 나서 좋아 죽을 것 같은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가 실망스럽다. 이럴 때, 사람들이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나는 이 일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그 날도 이런 소리를 들었다. 문득 ‘취향’이란 무엇이고, ‘재능’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취향’과 ‘재능’ 사이의 격차가 궁금해졌다.

‘취향(趣向)’이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나 경향’을 말한다. ‘재능(才能)’이란 ‘개인이 타고난 능력과 훈련으로 얻은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취향’과 내가 지닌 ‘재능’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존재하는 것일까?

만족스럽지 않다는 감정은 우리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든다. 이 감정의 한복판에 서면 사람들은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의 행동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개성이나 열정으로 불쾌한 감정을 누그러트리거나 자기위안으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밑바닥을 확인하고서 재능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을 보인다.

원치 않아도 우리는 언제든 부당한 감정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불편과 불쾌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목이 말라야 물을 찾고 배가 고파야 음식이 감사한 것처럼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을 맞닥뜨려야 포기든 재기든 결정이 가능해진다.

얼마 전 취향과 재능에 노력이라는 다리를 놓아 건너 간 한 사람을 만났다. 『청춘고양』의 황현희 작가의 동생 황현우 일러스트다. 『청춘고양(새라의숲, 2016)』은 이 시대를 살아내는 젊음을 위한 시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작가의 엉뚱함이 유쾌하게 표현된 책이다.

청춘고양 <자료=새라의숲>

황 일러스트는 고양이가 좋아 그림을 시작했고 취향껏 그린 그림에 실력이라는 재능을 만든 일러스트다. 황 일러스트의 초창기 그림은 그냥저냥 고양이구나 싶었다. 일러스트를 의뢰하고 열흘이 지나서 첫 시안을 받았다. 고양이는 뚱뚱하고 땅땅해야 귀여운 맛이 있는데 키가 크고 마른데다 헬멧을 쓴 것처럼 머리만 큰 대갈고양이를 그려왔다.

“황 일러스트, 얘 왜 이래?”라고 물었다.

“저 닮아서 그래요.”라고 답한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다시 그리자.”

또 한번은 사람 그림을 연습한다길래 "나도 그려줘"라고 했다. "네"라며 공손히 대답하고 안심시키더니 마귀할멈을 그려왔다. “어찌 알았지? 대학 때 내 별명이 북쪽마녀였던걸”

나는 황 일러스트에게 말했다. “나 만의 그림이 아닌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면 좋을 것 같다.” 그러자 황 일러스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 일러스트는 불편하고 싫다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 순수한 청년이 어느 날 다시 그림을 하나 보내왔다. 이번엔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고양이 그림이다. 볼에 바람이 잔뜩 들어간 심술고양이가 제법 귀여웠다.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그림을 보며 ‘그동안 같은 그림을 얼마나 많이 그렸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청춘고양 <자료=새라의숲>

불편하고 싫다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그가 좋아한 그만의 ‘취향’이었다. 하지만 나만의 ‘취향’에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을 기울여 자신의 ‘재능’을 키운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은 취향이요, 그 일을 잘하게 만드는 노력은 재능이다. 취향은 자기의 마음에서 태어나고, 태어난 마음에 노력이라는 옷을 입을 때 재능으로 진화한다.

“어디든 직접 가보기 전엔 모르는 거다. 우리는 하기도 전에 섣불리 판단할 때가 많다.”(서지산 저자의 『100일만에 10cm』 중에서)

우리는 가끔 가보기도 전에 갈 수 없다고 말한다. 해보기도 전에 할 수 없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자신의 경험은 근거가 되고 주변의 의견은 확신이 되기 때문이다. 취향과 재능 사이를 건너기 위에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노력하는 것이다.

가지 않고 닿는 곳은 없고, 하지 않고 이룬 것은 없다. 부딪치고 깨지며 쉴 새 없이 질러대는 헛발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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