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유럽 자유여행

[한국강사신문 유재천 칼럼니스트] 어느새 꿈에 그렸던 유럽지도 속의 나라들을 향해 날고 있다. 늘 약간은 긴장되는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큰 관심 없는 면세점을 지나고 보니 비행기 안이다. 내 몸은 이미 웅장한 비행기 동체에 실려 있다. 커다란 운송수단은 웅웅거리며 대기를 가르고 있다. 나의 양 옆 좌석에는 출장 가는 한국인과 한국에서 일하다 잠시 고국으로 가는 독일인이 앉았다. 독일 항공인 LUFTHANSA를 타고 갔기 때문에 독일 승무원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그녀는 독일 네이티브가 틀림없었다. 나는 “Good afternoon.”이라고 하며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반갑게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자리에 앉으니 옆에 계신 한국인 분께서 먼저 말을 거신다.

“혼자 유럽 자유여행 가나 봐요?”

“네, 동유럽 여행 가는데요, 혼자 갑니다.”

“혼자 가면 심심하지 않나요?”

“심심한 면도 조금 있지만 그래도 여행하면서 현지인한테 말도 걸고, 여행객도 사귀면 재미있어요. 많이 다녀봤더니 여행박사가 됐습니다. 하하”

한국인 아저씨는 여행사 일로 출장을 가신다고 했다. 그는 사십 대 후반으로 보였고 친절했다. 내가 아저씨보다 훨씬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유럽 자유여행을 하고 있던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가며 말을 걸어주신다. 아저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포르투갈로 향한다고 하셨다. 한편 오른쪽에 앉은 독일인 여성은 울산에서 일하다가 잠시 독일에 간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로 비빔밥이 나왔는데 고추장을 듬뿍 넣어 맛있게 식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행영어를 활용해보고 싶었다. 그녀는 젓가락질에 굉장히 능숙했다. 사실 나보다 더 잘했다. 고추장도 듬뿍 넣어서 아주 맛있게 비빔밥을 즐기고 있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젓가락질 실력에 감탄의 말을 내뱉으며 대화를 이어 갔다. 재료화학(Material Chemistry)를 전공한 그녀에게 난 재료공학(Material Science & Engineering)을 전공했다고 하니 흥미로워했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녀는 곧 헤드폰으로 자신의 귀를 덮었다. 영화 감상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대화를 더 진행하진 않았다. 그녀는 피곤했는지 비빔밥을 깨끗이 비운 후 바로 잠을 청했다.

유럽 자유여행을 떠나는 비행기는 안정적으로 비행을 계속해서 유럽지도 속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해 날았다. 비행기 동체가 상당히 컸다. 사실 나는 2층으로 된 비행기는 처음 타봤다. 나는 2층짜리 비행기 2층에 탑승했다. 1층에 탔을 때와 다른 점은 이상하게도 비행기가 이륙하는 시점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점이다. 아무래도 지면으로부터 비행기 바퀴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이 덜 느껴진 것 같다. 아니면 비행기의 부피가 커서 내가 느끼는 절대적 진동이 크지 않음을 내가 처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공돌이 같은 생각은 집어치우자. 11시간의 유럽 자유여행의 비행시간 동안 무얼 할지 잠시 생각해본다. 제공되는 영화 목록에 내가 책으로 읽었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감상해보기로 한다. 자막이 나오지 않아 오롯이 영어 리스닝에 의존한다. 내용을 이미 알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즉에 다른 영화를 재생했을 것이다. 잘 해석되지 않는 대사를 여행영어 실력으로 열심히 들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영화에서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 정신과 의사 꾸뻬 씨 영화에서는 ‘헥터’라는 이름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중국에서 만난 수도승과 화상통화를 한다. 수도승의 첫마디는 무엇이었을까?

“How is your jouney?” 수도승은 꾸뻬 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꾸뻬 씨는 여러 가지 있었던 일들을 연신 내뱉고는 자신이 깨달은 점을 수도승에게 말한다. 나는 이 장면에서 수도승의 첫마디가 인상 깊었다. 내가 유럽 자유여행을 하고 있어서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 보통 상대를 먼저 본다. 다시 말해 상대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이다. 일상에서 좀처럼 실천하지 못하는 상대를 바라보는 일을 우리는 자연스럽게 해낸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달라고 안달 내는 모습이 일상에서 우리의 모습이라면 한 번쯤 돌이켜볼 대목이다. 달리 말하면 여행은 그만큼 우리에게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여유를 주는 것인 것 같다. 또한 어쩌면 우리 안에는 상대를 바라보는 여유와 가능성이 무한한데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수도승은 자신의 일상에서 꾸뻬 씨에게 그렇게 물었다. 아주 여유 있게 말이다. 수도승은 인생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즐기며 늘 여유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 역시 수도승의 자세와 노력처럼 일상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봐야겠다.

옆에 앉았던 아저씨는 14명의 손님들을 이끌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유럽 패키지 여행을 가이드 하는 여행사 직원이었다. 이야기를 더 나누다 보니 비행기에 관해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대해서 넓고 얕은 지식의 표면을 잠깐 맛본 듯하다. 유럽 자유여행을 떠나 독일에 도착해서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독일 네이티브 여성과 눈인사를 다시 나눴다. 그리고 각자의 여행으로 신속하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했다. 나는 지도에 나와 있는 유스호스텔 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체크인을 했다. 장시간 비행으로 조금은 피로해진 몸으로 6인실 룸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다른 유럽 자유여행 여행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How is it going?”

그 역시 상대를 먼저 봐준다. 여행은 스스로에게 상대를 볼 수 있는 여유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여유를 선물받으며 여행영어로 시작한 유럽 자유여행,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 참고자료 : 의미공학자 유재천 코치[前 포스코(POSCO) 엔지니어]의 『여행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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