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진짜 프랑크소세지를 맛보다

[한국강사신문 유재천 칼럼니스트] 유럽 자유여행의 시작 도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다. 프랑크푸르트 여행의 매력은 무엇일까? 프랑크푸르트 호스텔에서 돈을 내고 아침식사를 했지만 밖으로 나오자마자 식욕이 다시 솟구쳤다. 프랑크푸르트 거리의 카페에 진열된 샌드위치와 크루아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솟구치게 했다. 숙소에서의 아침식사가 대단히 뛰어나진 않았기 때문에 괜히 더 그랬다. 아침에 도시 곳곳을 돌다 보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어제 카메라 충전을 하지 않고 아침에도 셔터를 계속 눌러댔더니 배터리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눈을 좀 붙였다. 어젯밤에 코를 심하게 골았던 친구 덕분에 잠을 못 자서 괜스레 피곤했다. 잠깐 눈을 붙이고 12시가 다 되어 체크아웃을 했다.

배낭을 메고 나는 다시 걸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내려오는 길로 마인강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뢰머 광장을 지나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곳에 와봤던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건물들을 본 것 같고 예전에 꼭 와봤던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다가 본 한 건물의 유리를 통해 내 모습이 비쳤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내 머릿속을 쳤다. 그 모습은 분명히 처음 본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님을. 나는 4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 첫 직장생활을 할 당시, 여름휴가 때 유럽 패키지 여행을 왔었다. 그런데 내 기억에 독일은 하이델베르크만 갔었던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를 비춘 유리를 보자 그 기억이 살아났다. 하이델베르크와 프랑크푸르트 모두 왔었다. 그때는 반대쪽에서 걸어왔고, 똑같이 이 유리 앞에서 카메라로 비친 나의 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여행에서 오늘 나는 똑같이 행동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경험을 했다.

한편으로는 그때의 여행사진을 한 번도 다시 꺼내보지 않았음을, 또 한편으로는 유럽 패키지 여행을 떠날 때는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여행에 임해야 함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마냥 신비로운 느낌을 간직한 채 마인 강 풍경을 따라 계속 걸었다. 걷기 좋은 길이 이어졌다. 20킬로그램 가까이 되는 배낭을 메고 계속 걷다 보니 쉬고 싶었다. 나는 강 너머로 보이는 한적한 벤치에 가서 앉았다. 프랑크푸르트 여행에서는 ‘Slow trip’을 실천하며 나는 꽤 오랫동안 벤치에 편안하게 앉아 마인강과 주변 풍경을 감상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 산책을 나온 부부, 아빠가 일을 쉬는 날인지 함께 산책을 나온 부자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아들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아빠한테 신나게 늘어놓는다. 아빠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들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을 걷는다. 여유로워 보였다.

강에서 잠시 나온 오리들도 강변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듯 보였다. 시원하게 부는 강바람과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의 7월 초 여름을 그대로 느꼈다. 기온은 20도씨 안팎으로 적당히 시원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진짜 여유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나 보다. 여행의 시간은 나의 위장이 가장 민감하게 알려준다. 마인 강 유람선 위에서 맥주와 식사를 팔았다. 나는 어디에서 점심식사를 할지 고민했다. 내 머릿속은 어제 먹지 못한 프랑크소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인 강 풍경을 따라 걷다 결국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을 향해 걸었다. 크게 다시 한 바퀴 돌아온 뒤, 숙소가 있던 카이저 스트리트의 한 레스토랑에 앉았다. 나는 쉐퍼호퍼 바이젠 밀맥주와 프랑크소세지를 주문했다. 뭔가 해낸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소세지를 먹게 되었으니 말이다. 독일 맥주 맛은 역시 일품이었다. 프렌치프라이와 함께 나온 소세지를 내 앞에 마주했다. 소세지가 한 줄만 나왔기에 나는 허기진 내 배에 물었다. ‘양에 차겠느냐고.’ 질문을 했지만 나는 이미 소세지를 썰고 있었다. 물론 그 짧은 시간 안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프랑크소세지가 길어서 양은 충분했다.

맛은 어땠을까? 프랑크소세지의 맛은 고소하고 식감은 쫄깃쫄깃했다. 온기가 느껴지는 소세지의 쫄깃쫄깃함이 내 입에 전해졌다. 적당히 매콤한 맛도 어우러져서 내 허기진 배를 만족시켰다. 쫄깃쫄깃한 소세지는 나의 기대도 만족시켰다.

나는 기분 좋게 그리고 천천히 소세지를 음미하며 점심 식사를 즐겼다. 온전히 그 맛을 느끼며 그 시간을 즐겼다.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소세지를 다 먹어버려서 더 주문하진 않았다. 친절한 직원이 “Another one?”이라고 물었지만 나는 3초간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한 잔 더 마시면 오후에 탈 기차에 취한 채 오를 것 같았다. 그래도 소원성취를 해서 그런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쫄깃쫄깃했던 프랑크소세지 맛, 다시 만난 나의 기억을 흐뭇하게 느꼈다. 유럽 자유여행이 프랑크푸르트 여행부터 즐겁게 이어질 것 같다.

※ 참고자료 : 의미공학자 유재천 코치[前 포스코(POSCO) 엔지니어]의 『여행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도서출판 행복에너지, 2018)』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