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공(人工)의 조화, 엔지니어의 눈과 시인의 가슴으로 느끼다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뿌리 없는 꽃이 어디 있으랴? 문명이 꽃이라면 인프라는 뿌리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제국의 문명이 꽃이라면 그 꽃을 피운 뿌리는 길이다. 다시 말해, 로마제국의 뿌리는 속주(屬州)에까지 거미줄같이 연결된 도로망이라는 말이다. 동서양 문명의 뿌리는 실크로드이다. 뿌리에 대한 온전한 이해 없이 꽃만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꽃병의 꽃처럼 이내 시들고 말기 때문이다.

저자는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지식공감, 2018)』에서 페르시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페르시아는 고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중간 링크이다. 페르시아 제국은 화려했던 문명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 사실이다. 비유컨대, 후손이 잘 살아야 조상이 빛나는 이치와 같다! 팍스아메리카, 소위 미국 주도의 세상에서 이란은 그동안 왕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 여파로 화려했던 페르시아 문명까지도 홀대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다시 국제무대로 컴백했다. 페르시아 문명의 후예, 이란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과소평가는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또한 저자는 이 책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를 가다(지식공감, 2018)』가 여느 이란 여행기나 유학 체험담과는 사뭇 다르다고 말한다. 읽을 때는 감동하지만 읽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책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책의 미덕은 꽃과 향기만을 칭송하지 않고, 페르시아 문명의 뼈대까지 시원하게 보여주기 때문인데 이 또한 저자가 현역 건설엔지니어이면서 시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낯설어도 훈훈한 페르시아 실크로드, 시와 정원의 나라 이란을 재발견하는 최단거리 입문서라 할만하다.

이란은 누구 하나 선뜻 추천해주는 여행지가 아니다. 사막이나 다름없는 이란고원, 페르시아 문명의 제대로 탐사하기 위해서는 이란고원을 종주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낯설지만 훈훈한 인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생각만큼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랬듯 무지에 대한 공포일뿐이었다.

강남의 테헤란로는 나름 익숙한 곳이다. 쉽게 약속을 잡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테헤란로가 1977년 이란과 자매결연으로 생긴 이름이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막연히 알던 테헤란로가 무려 40년 전에 생겼던 이름,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막연했던 테헤란로가 달리 보인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란, 그 이란에 대한 훈훈한 정이 생겨나는 기분이다.

바야흐로 정보 홍수시대, SNS에 사로잡힌 영혼일수록 핵심 정보의 안내자는 역시 책이다. 이 책은 이란에 관한 얇지만 무거운 책! 이란사람들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통하는 지름길이다.

한편, 저자 박하(본명 박원호)는 빼어난 자연보다 빼어난 인공(人工)에 감동하는 시인이며 전작 『실크로드 차이나에서 일주일을(2016)』에 이어 페르시아 이란 구간 퍼즐을 맞췄다는 별난 여행자다. 현재 하우ENG 부사장, 기술사(건축시공, 토목시공, 품질시험), 부산대 건축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그래도 도시예찬』 외 3권, 저서 『실크로드 차이나에서 일주일을』, 『인프라의 걸작들』, 『건설엔지니어의 도전』, 『초고층빌딩, 홀로 도시를 꿈꾸다』, 『건설상품 100선(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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