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신동국 칼럼니스트] TV 뉴스를 보면 가끔 정부나 정당의 대변인들이 어떤 정책을 내놓거나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대변인들은 원고를 줄줄 읽는 수준이다. 준비된 원고를 연단 위에 놓고 낭독을 하는데 시선은 내리깔고 있으니 무미건조하고 딱딱할 수밖에 없다. 대변인들이 시청자와 교감이 될 리가 없다. 백혜영, 김유리, 김예은 등의 리포터가 방송하는 장면과는 정반대다.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생글 생글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시청자도 덩달아 활기와 생동감이 넘친다. 리포터는 시청자와 눈을 맞추며 충분히 교감한다. 강사는 대변인이 아니라 리포터에게 배워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메라비언 박사가 말하는 의사 전달의 핵심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개인적으로 음성과 시선 처리를 꼽고 싶다. 그만큼 시선 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강사가 청중을 바라보는 주시율은 강사에 대한 신뢰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시율이 통상 85%가 넘으면 그 강사는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기 때문에 그 강사가 하는 말은 상당히 신뢰감을 준다. 반대로 주시율이 통상 15% 아래로 떨어지면 그 강사는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자신감이 없어 보이면 그 강사가 하는 말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강사가 청중에게 주는 시선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행위다. 사람은 누구나 주목받기를 원한다. 그러니 강사가 시선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청중은 분명 강의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눈빛으로, 나의 관심으로 청중을 사로잡아야 한다. 청중을 사로잡는 시선 처리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중의 눈을 보며 말한다. 보통 ‘눈은 입보다 많은 말을 한다’고 한다. 강의 중에 청중의 눈을 보면 ‘아~ 저분이 지금 내 말에 긍정하고 있구나, 부정하고 있구나, 의문을 가지고 있구나, 지루해하고 있구나’ 하고 알 수 있다.

청중의 눈을 보면서 그런 상황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에 맞고 융통성 있게 강의를 끌고 갈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청중의 눈을 응시하며 내 말에 동의를 구할 수도 있다. 막연하게 앞만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꼭 여러 청중의 눈을 돌아가면서 응시하기 바란다. 미소를 띤 밝은 표정과 선한 눈빛으로.

둘째, 호감 가는 사람에게 먼저 시선을 준다. 보통 실수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시선을 골고루 주어야 한다고 하니까 맨 앞줄의 왼쪽 또는 오른쪽에 앉아 있는 청중부터 지그재그로 시선을 옮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위험할 수도 있다.

어느 기업체의 부장급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강단에 서자마자 맨 앞줄 왼쪽에 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시선을 주었다. 그 사람도 나에게 온화한 얼굴로 바라볼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팔짱을 끼고 앉아서 인상을 쓰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나는 완전히 위축되어 첫 시간 내내 그 사람 얼굴을 아예 쳐다보지 못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고, 그 사람이 신경 쓰여 말이 꼬이기까지 했다. 휴식 시간에 교육 담당자로부터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부장님은 오늘 아침 집에서 사모님이 바가지를 긁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임원의 전화를 받았는데 업무를 엉망으로 처리해놓고 교육을 받으러 갔냐며 혼이 났답니다.” 하필 그런 분에게 시선을 보냈으니 돌아오는 시선이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앞줄에 앉았다고 아무한테나 먼저 시선을 보내면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 그러니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사와 눈을 잘 맞추고 잘 웃어주는 사람에게 먼저 시선을 주고 서서히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한 구절씩 또는 한 문장씩 말하고 난 뒤 시선을 처리해야 한다. 한 문장이나 구절을 말하고 나서 이쪽을 바라보고, 또 한 문장이 나 구절을 말하고 나서 저쪽을 바라보라. 그렇게 해야 시선이 골고 루 돌아간다. 시선이 어느 한쪽에만 쏠리면 안 된다. 이때 말은 아 주 짧게 단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의를 상당히 오래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길게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문장을 길게 구사하면 많은 폐해가 나타난다. 첫째, 생각을 하며 말해야 하니까 눈동자가 하늘 위로 향하게 된다. 둘째,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쓸데없는 말버릇을 남발하게 된다. 셋째, 듣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 넷째, 시선이 한쪽으로만 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문장은 짧게 구사해야 한다. 문장을 길게 구사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다섯째, 사내 직급이 높은 분이 참석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시선을 조금 더 주어야 한다. 밝은 표정과 미소를 띠고 시선을 그분에게 자주 보내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러면 강의 내내 든든한 우군이 되어준다. 그리고 청중의 반응이 좋을 경우 앙코르 강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는 사장이나 중역이 강의에 참석하면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여러분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잡아야 한다.

시선 처리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청중의 머리 너머를 보는 것은 올바른 시선 처리가 아니다. 특정한 곳에 시선이 머무는 버릇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시선 처리가 안 되는 원인은 습관 때문이다. 내용 숙지 미흡이나, 리허설 부족 등 기본적인 준비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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