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효석 칼럼니스트] 소비자들은 브랜드로 신뢰를 확인한 다음에 색상이나 디자인 같은 그 제품만이 가진 특성에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상품을 잘 팔고 싶다면 앞에서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팔고자 하는 상품의 특색을 잘 알고 있다가 소비자에게 특징을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고객도 이미 상품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설명하는 데 애쓴다면 고객은 지루해서 마음을 닫게 된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에게 이미 노출된 정보보다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상품의 특색을 파악하고 있다가 그 부분을 특별히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GS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의 홈쇼핑 업체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차별화 전략을 활용한다. 신제품의 차별화된 특징을 강조해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는다. 내가 홈쇼핑에서 세탁기를 판매할 때의 일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39만9천 원짜리를 판매했는데, 갑자기 오늘 29만9천 원짜리를 판매해야 할 일이 생겼다.

세탁기의 가격이 싼 만큼 예약기능과 펄 기능이 없고, 물 조절을 수동으로 해야 하는 어제까지 판매하던 제품보다 품질이 좀 딸리는 제품을 판매해야 한 것이다. 이럴 때 많은 이들은 스스로 모순에 빠져 적극적인 판매를 회피하기에 십상이다. 어제까지 비싼 물건을 팔면서 그 제품의 좋은 점만 이야기했는데, 오늘 갑자기 싼 신제품을 판매하자니 자칫, 어제까지 했던 말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먼저 오늘 판매해야 할 싼 신제품의 단점을 확실히 알고, 그 단점을 감추기보다 아예 대놓고 드러내는 차별화된 전략을 썼다. 그래서 홈쇼핑방송 첫 멘트를 이렇게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OO전자 세탁기 특별전 3회 대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이 첫 방송입니다. 이 세탁기는 어제까지 제가 판매하던 39만9천 원짜리와 모양은 같지만 동일한 제품이 아닙니다. 10만 원을 인하한 것이 아니라 10만 원이 저렴한 전혀 다른 세탁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10만 원 비싼 세탁기보다 3가지가 없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멘트를 듣고 사무실에서 방송을 보던 MD가 놀랐다고 한다. 일부러 단점을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오히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단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니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나는 MD의 걱정을 일축하고 막힘없이 단점을 더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세탁기는 펄 기능도 없으며, 물 조절은 수동으로 해야 하고요. 결정적으로 예약기능이 없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PD까지 놀랐다. 하지만 나는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고 멘트를 이어갔다. 아무리 큰 단점이라도 관점만 바꾸면 장점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탁기는 신혼부부가 쓰는 세탁기 아닙니다. 그러니까 신혼부부는 사지 마세요. 그분들은 비싸고 기능 많은 거 사세요. 드럼 세탁기 같은 것을 사는 게 좋아요. 하지만 이 세탁기는 세탁기 7년 이상 쓰신 분들께 권합니다. 세탁기 7년 이상 쓰시면서 예약기능 쓰셨습니까?”

그러면서 고객의 범위를 좁혀주었다. 실제로 세탁기 쓰면서 예약기능을 써 본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에 착안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것이다. 이렇게 고객의 범위를 좁히니까 더욱 구체적으로 멘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신제품은 저렴한 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맞는 세탁기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십 년 정도 쓰면서 예약기능 얼마나 썼습니까? 지금까지 이 기능을 한 번도 쓰지 않은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그 기능을 빼고 대신 거기에 맞게 가격을 내렸습니다. 그 기능을 쓰고 싶다면 비싼 세탁기를 사시고, 많이 쓰지도 않는 기능이 없는 저렴한 것을 원한다면 이 세탁기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다용도실에 놓고 씁니다. 다용도실에 인테리어 하는 사람 없잖아요. 손님이 왔을 때도 다용도실은 안 보여줍니다. 일부러 펄을 넣어서 원가를 올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 없겠죠? 그래서 펄 기능을 빼고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또 이 세탁기는 물 조절이 수동입니다. 물론 자동이 좋지만 전자레인지도 버튼식보다는 수동 다이얼식을 좋아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일부러 수동으로 만들었습니다. 속옷 빨래는 ‘소’, 일반 빨래는 ‘중’, 이불 빨래는 ‘대’, 이렇게 3가지만 구분해서 넣으시면 됩니다. 그래서 원가를 절감하려고 일부러 세 가지를 뺀 것입니다. 더 간단하게 만든 겁니다.”

“기능이 많다고 좋은 상품이 아닙니다. 그런 기능 때문에 오히려 A/S 할 것이 더 생깁니다. 물론 세탁력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어떻게? 예약기능 넣고, 물 조절 자동으로 하고, 펄 넣어서 10만 원 올려서 팔까요. 이대로 드릴까요? 29만9천 원이라는 가격, 오직 방송 중에만 구매 가능한 가격입니다. 이것도 3천 대밖에 없습니다. 이게 매진되면 대한민국에서는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빨리 구매해 주세요.”

그날 방송은 그야말로 초대박이었다. 불과 30분 만에 3천 대가 다 팔려 나가버린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 3회에 걸쳐 3천 대를 팔 계획이었는데 1회에 다 팔려 버리니까 더 이상 팔 물건이 없게 된 것이다. 진짜 3천 대밖에 없는 물건이었다.

절대 긍정으로 보니까 단점도 장점으로 보였고, 그것을 강조하니까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먹혀들었던 것이다. 무엇이든지 지기지피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보인다.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대 긍정의 마음과 내가 팔아야 할 물건의 특징을 알고, 그 물건을 구매해야 할 고객의 특징을 알면 길은 뚫리기 마련이다.

특징을 없는 것에서 찾지 말고 있는 것에서 찾아 차별화 전략으로 상대에게 접근하면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다.

※ 참고자료 : 김효석&이경우&이승훈의 『OBM 설득마케팅(일월일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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