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포커페이스(poker face)’란 주변 상황이 변하는 것에 관계없이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 상태 또는 그 표정을 말한다. 도박 중 포커 판에서 아무리 좋거나 나쁜 카드가 들어와도 포커를 하는 사람의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 단어다. 포커페이스를 가진 사람이 보통 포커를 잘 하는 법이다.

도박에서 돈을 따려면 패에 대한 내 감정을 타인에게 읽히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포커페이스는 요즘 통하지 않는다. 으레 포커페이스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상대가 더욱 철저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은 패가 들어오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나쁜 패가 들어오면 인상을 구기는 액면페이스로 승부를 해야 상대로 하여금 이를 포커페이스가 아닐까 헷갈리게 하여 성공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포커페이스를 너무나 많이 하며 살아간다. 포커페이스로 인간관계의 본심을 감추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포커페이스에 염증을 느끼고 이를 식상하게 생각한다.

겉으로는 청렴한척 하면서 뇌물수수로 구속된 정치인들 보면서 참으로 안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포커페이스에 대부분 ‘그러려니’하고 있다. 선거에서도 선심공약의 포커페이스에 속아주는 유권자들은 가까운 친지들뿐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사회의 저변에 이미 포커페이스는 이미 들통이 난 보편적 가면이다. 포커페이스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양면성’이라는 포커페이스의 단점 때문에라도 이를 전혀 권장하고 싶지 않다. 좋은 면서 싫은 척, 싫으면서도 좋은 척, 심지어 겉으로는 선한척하지만 뒤에서 악의 축대를 쌓을지 모르는 포커페이스는 인간관계를 병들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상대방이 당연히 ‘포커페이스’ 카드를 가지고 나올 것이라는 개연성이 크기에 지극히 소모적이고 단번에 들통 나는 포커페이스는 이제 버리는 카드로 삼아야 한다. 포커 잘 하는 법인 포커페이스보다는 감정을 감추지 말고 드러내는 그냥 쿨하게 액면페이스로 가도록 하자

미팅 나가서 맘에 들지도 않은 파트너에게 애써 싫은 내색을 감추고 데이트 하지 말고 얼굴에 어느 정도 감정을 읽히도록 만들자. 전혀 존경심도 없는 상사이게 맘에도 없는 아부를 하며 맞추는 것보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여 얼굴에 기록하자. 집들이 가서 맛없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는 척 연기하지 말고 음식솜씨에 대해 그대로 평가해 주자.

처음에 포커페이스로 위장했다가 나중에 들통다면 더 화를 돋운다. 생각해 보자 보기 싫은 사람 앞에서 애써 미소 짓고 인사하다가 돌아서서는 곱씹는다면, 그리고 이러한 포커페이스를 상대방이 알았다면 이러한 이중적 포커페이스를 연출한다는 그 자체가 왠지 비굴하지 않은가?

나 자신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도록 하자. 포커페이스는 진짜 포커 판에서만 포커를 잘 하는 법으로 한두 번 써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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