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복잡하고 헝클어진 어느 연구실에 불이 났다. 하지만 이 불은 불꽃이 없는 신기한 불이었다. 오늘날 이 신기한 불은 진짜 불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과시한다. 이런 신통방통한 제2의 불을 발견한 사람은 미국의 과학자 퍼시 스펜서다. 원래 그는 탁월한 레이더 기술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이 적의 잠수함을 찾아 폭파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독한 가난에 초등학교도 미처 끝내지 못하고 10살 무렵부터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에 대한 갈증을 책으로 풀며 몇 년 간을 일하다가 우연히 ‘전기 기술자’를 모집한다는 공고에 이끌려 뛰어난 전기 기술자로 성장해갔다. 그러다 군에 입대하여 무전병으로 근무하면서 수학과 과학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25살에 제대한 그는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 취직하여 오랜 시간 동안 연구와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산만한 연구실에서 예상치 못했던 유레카가 찾아오게 된다. 하루는 스펜서가 전자관 앞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전자기를 이용해 레이더로 물체를 찾는 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흰색 가운에 달린 주머니가 축축하고 끈적끈적해지는 것을 느꼈다. 주머니 안을 살펴보니 먹으려고 넣어 두었던 초콜릿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몸이 뜨거워서 녹은 것은 아니었다. 왜 녹았을까 궁금했던 스펜서는 혹시 그 전자관이 녹인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는 옥수수 열매를 가져와서 그 전자관 앞에 놓아 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펑’하고 옥수수가 팝콘으로 변했던 것이다. 너무 놀라고 뜻밖의 현상을 경험하게 된 스펜서는 즉시 다양한 음식을 익혀보기 시작했다.

전자관에서 나온 마이크로파가 열매 내부의 물 분자를 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분자가 서로 충돌하자 마찰과 열이 발생해서 물이 증발하게 되어 내부가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동료가 달걀도 익는지 확인해보겠다고 전자관 앞에 갖다 놓았다. 스펜서의 다른 동료들도 부르르 떨고 있는 달걀을 코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달걀은 점점 더 격렬히 흔들리고 있었다. 갑자기 달걀이 동료들의 얼굴 앞에서 터져버렸던 것이다. 연구실도 엉망이 되었다.

스펜서는 다른 것도 실험해보았는데 마이크로파는 음식은 데우지만 용기는 데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용기에는 물 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열을 이용하지 않고 요리를 한다는 개념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퍼시 스펜서는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를 만들게 된다. 그의 불꽃 없는 불의 발견으로 전자레인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즉, 헝클어지고 다소 산만한 장소에서도 아이디어의 불꽃은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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