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종엽 칼럼니스트] 1300여 년 전 당(唐)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재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은 중국뿐만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관리를 등용하는데 있어서 평가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신언서판(身言書判): 풍채와 용모, 언변, 글, 판단 <당서(唐書)>

먼저 신(身)은 사람의 외형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풍채와 용모는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문제 되지는 않는지, 체력적으로 건강한지를 우선 판단하는 것이다. 첫인상과 함께 바른 태도와 바른 자세는 사람을 평가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단정한 모습과 온화한 안색은 예나 지금이나 면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체적인 핸디캡을 가지고도 훌륭하게 정사를 이끈 관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료를 등용하는데 신(身)을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두 번째는 언(言)이다. 말은 관계를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리더의 역량 중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인이다. 언변, 조리 있는 말과 표현, 상대를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다. 청산유수처럼 말을 한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말에는 믿음(信)이 있어야 한다.

충(忠)심에서 우러나온 말이라야 상대를 설득시키고 감동시킬 수 있다.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마치 준비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예상 질문을 통째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예상 질문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깊은 생각과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뇌리에 심어놓아야, 비로소 생각하면서 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한비자 같은 사람은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반 벙어리였음에도 위대한 역할을 해냈지만,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는 것은 인재에게 필요한 핵심 능력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세 번째는 서(書)다. 글 솜씨와 지식수준, 인문학적 교양 등을 말한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이 말이라면, 떨어져 있는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글(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대에는 글 말고도 말을 활용한 좋은 통신 수단이 많기는 하지만 아직도 글의 힘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다. 작성된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보면 우선은 그의 글을 직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역량 면접의 일환으로 면접 당일 사전 조사서를 작성하는 곳이 많아졌다.

제시된 한두 가지 주제에 맞게 본인의 역량을 한정된 시간 내에 손글씨로 작성을 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에 한정된 주제의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읽기 좋은 필체로 써나간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쓰는 능력은 그동안 얼마나 읽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쓰기는 곧 읽기인 것이다. 쓰기는 결국 읽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판(判)이다. 올바른 판단 능력이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어떤 현실적인 문제를 던져주고 판단을 들어보면 바른 판단을 하는지 그른 판단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 실행력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지, 공허한 상상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지를 알게 된다. 판단은 경험을 요구한다. 직접적인 경험이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간접경험이 필요하다. 신입의 경우라면 독서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경력직의 경우라면 그에 걸맞은 역량이 필요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 1300년 전의 방식이라 요즘에는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고 얼핏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어떤 최신의 면접 방식을 써서 면접을 해도 결국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렇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도서

최종엽 칼럼리스트는 한양대학교 인재개발교육 석사, 평생학습 박사를 수료했다. 삼성전자㈜ 인사과장, 경영혁신차장, PA부장으로 일한 후 현재 잡솔루션코리아와 카이로스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인문학 강사, 공공기관 전문면접관으로도 활동하며 연간 100회 이상의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논어> 특강은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에게 큰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강사경연대회 금상수상, 대한민국명강사(209호)로 위촉되었고, MBC ‘TV특강’, KBC ‘화통’등 여러 방송매체에서 강연 한 바 있다.

저서로는 『공자의 말』『강사트렌드 코리아2020』(공저), 『원려, 멀리 내다보는 삶』 , 『논어 직장인의 미래를 논하다』, 『블루타임』, 『사람예찬』(공저), 『서른살 진짜 내인생에 미쳐라』, 『나이아가라에 맞서라』, 『미국특보 105』 등이 있다.

※ 참고자료 : 『일하는 나에게 논어가 답하다(한스미디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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