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김주미 칼럼니스트] “외모관리가 중요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이를 단지 ‘꾸밈’이나 ‘치장’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입시학원 강사는 “외모관리가 인문학과는 별 연관이 없잖아요”라고 말해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외모관리야말로 가장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부터 타인과의 관계, 문화와 사회에 대한 고찰까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인문학과 맞닿아 있다. 신체 이미지는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외모관리는 이미지를 굳건히 하고 타인에게 자신을 부각시키는 활동이다. 한 사람이 가진 외모에 대한 생각과 기준은 내면의 가치와 그 사람을 둘러싼 문화와 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문화나 환경에 변화가 생기거나 내면의 가치가 달라지면, 외모를 가꾸는 행위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외국에서 오래 살던 여성들은 한국의 외모관리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외모관리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는 나와 나를 둘러 싼 조건과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가 바로 인문학이며, 그것이 우리의 외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는 외모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의 거의 모든 문제가 ‘자기 자신과 외모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화하고 여유로운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서 딱딱하고 굳은 표정으로 다니는 사람, 세련되고 우아한 이미지로 보이고 싶다면서 늘 집에서 나온 것 같은 옷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표현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단적인 예다.

늘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30대 직장인 C씨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신의 모습을 신경 쓰는 것이 어쩐지 불편한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의도적으로 특정한 이미지를 가지고자 노력하는 일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먼저 자신이 세상에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은지 떠올려보기를 권했다. 처음엔 망설이며 “뭐 사람들이 저를 보고 싶은 대로 보겠지요”라고 대답했던 그녀는 곰곰 이 생각을 하더니 “솔직히 이제는 좀 건강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로 보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그녀의 이미지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건 그녀가 원하는, 즉 자신이 되고 싶은 이미지를 명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며 그것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든 행동이 결정된다.

여전히 이미지 메이킹에 대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런 척하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면은 그렇지 않은데 외적으로만 그런 척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미지 메이킹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상에 가까워지도록 내면과 외면을 함께 가꾸어 일치시키는 것, 진짜 자신이 바라는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철학자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는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더욱 완성된 자기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당신은 혹시 무엇이든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무난하고 좋은 것이 나에게도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가치를 따라가기 전에, 그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 반드시 나 자신에게 되물어보아야 한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나’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진정 내가 되고 싶은 나는 누구인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부러워하는 삶은 없다. 개개인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좋은 삶의 의미는 다르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은지, 어떤 상황에서 만족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라 해서는 절대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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