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표지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표지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한국강사신문 이미숙 기자]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3월 31일(수),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0권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을 발간하였다고 밝혔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서울 역사의 미개척 및 취약 분야 연구를 장려하고자, 2016년부터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를 기획하여 편찬하였다. 신진연구자의 발굴을 통하여 서울역사 전문가의 저변을 꾸준히 확대해 가고 있으며,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은 그 시리즈의 제10권으로 발간된 것이다.

수록된 총 7편의 서울 상업 관련 연구논문은 상업이 번성했던 조선 후기 서울의 단상을 여러 소주제별로 다양한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즉, 일반적으로 상인으로 분류되는 시전상인·공인(貢人)·사상(私商)뿐만 아니라, 관청·유학자들부터 품삯꾼, 천주교회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서울의 상업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변화시켜갔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았다.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로 고동환 KAIST 교수는 ‘조선 후기 서울의 상업공간과 도성’을 통해서 한양 도성 안팎에 위치한 시전의 변화상을 살펴보았다.

한양의 상업공간은 특권상인의 시전으로 대표되는 만큼, 시전상인들의 영업공간을 도성 안과 도성 밖으로 구분하여 그 변화상을 확인하는 것은 조선 후기 서울 상업 공간의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다.

한양 천도 이후 처음 건설된 종루 주변의 2,000여 칸의 시전행랑은 17세기 후반에 그 수와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중앙의 상업 번성과 교통의 발달에 힘입어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숭례문·소의문·돈의문의 삼문 밖과 경강지역 등을 통해 전국적 시장권이 형성되었다. 조선 후기 상품화폐경제의 성장은 조선 전기 한양 도성의 중심에만 국한되었던 서울의 상업공간은 도성 안과 삼문 밖을 넘어 경강지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번째로 조영준 서울대 교수는 ‘조선 후기 한성부의 방계와 시전’을 통해서 한성부의 부(部)·방(坊)·계(契)의 변동을 통한 서울 상업상을 고찰하였다.

한성부 최말단 행정단위인 340여 개의 계 명칭 가운데 약 10% 정도는 시전의 특성이 반영된 명칭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생식계(生殖契)·토주계(吐紬契)·수주계(水紬契)의 경우는 면주전과 관련된 명칭이다.

조선 후기 한성부의 계는 행정구역이면서도 동시에 인적 결사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전상인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관련 업종의 종사자들끼리 모여 일종의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여 모여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전상인들의 영업 영역과 생활 영역이 동과 계 등에 시전의 이름을 담게 되었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인적 통제를 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김미성 연세대 연구교수는 ‘조선 후기 서울지역 고군의 분포와 집단행동’에서 서울 상업 발달에 따른 품삯꾼들의 활동을 다루었다.

상품화계 경제의 발달에 따라 자신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집단이 등장하였는데, 조선 후기에 한강변 창고 인근 지역, 목재·땔감 집결지, 도성 안팎에 ‘고군(雇軍)’이라 불린 고용노동자 일명 품삯꾼들이 집단적으로 존재하는 양상이 포착된다. 서울 지역의 고군은 업종의 특성에 따라 분포 지역에도 구분이 되는데,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이들 고군 조직들 간에는 각자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조직적 분쟁이 일기도 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집단적 저항까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본문 ‘조선 후기 서울 지역 고군(雇軍; 품삯꾼)의 공간적 분포’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본문 ‘조선 후기 서울 지역 고군(雇軍; 품삯꾼)의 공간적 분포’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네 번째로 한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는 ‘조선 후기 서울민의 공인권 소유와 운용 방식’에서 서울 내 약재(藥材) 공인들의 교역권에 대한 변화를 살펴보았다.

공인권(貢人權)은 조선시대 관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독점적으로 조달하는 특권을 지칭한다. 이러한 공인권이 18세기 이후 상업자본이 발달함에 따라, 상인들 사이에 매매·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조선 후기 중인층 공인 가운데 약재 공인권의 소유권 변화 양상을 통해 보았을 때, 이들은 공인권의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실제로 운영을 통한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공인권을 소유하고자 하였고, 친인척간의 경제적 연합 하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형태의 약재 상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이석원 수원교회사연구소 연구실장은 ‘19세기 서울지역 천주교회 목판인쇄소 운영과 서적 유통’에서는 천주교의 확산에 따라 천주교 서적 보급을 위한 목판인쇄소가 서울에 운영되는 양상을 다루었다.

천주교 탄압으로 천주교 서적은 필사를 통해 생산되었으나, 교세의 확장으로 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조직적으로 인쇄·보급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었다. 이에 제4대 조선대목구장 베르뇌 주교를 천주교 서적의 정본을 확립하고 이를 다량으로 싼값에 공급할 수 있는 목판인쇄소를 1861년 서울에 최초로 건립했다. 이후 서울 내 목판인쇄소와 천주교 관련 서적의 수는 증가하였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을 계기로 목판인쇄소 대신 근대식 활판인쇄소가 서울에 자리잡게 되면서 오늘날 명동의 가톨릭출판사로 그 명맥을 잇게 되었다.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본문 ‘1860년대 서울지역 천주교회 목판인쇄소’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본문 ‘1860년대 서울지역 천주교회 목판인쇄소’ [사진출처=서울역사편찬원]

여섯 번째로 백승철 전 연세대 교수는 ‘조선 후기 서울 관청과 군문의 상업 활동’에서는 서울의 관청들이 상업경영에 참여하는 과정을 고찰하였다.

조선 후기 서울에 소재한 중앙관청이나 군문(軍門)과 같은 정부기관이 상업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증가하였고 관청의 중요한 재정 확보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상평청의 곡물 발매는 이것의 전형적인 사례였는데 상평청은 쌀값의 계절적인 차이를 이용하여 이익을 획득하였고, 상평청의 사례를 본받아 서울의 관청과 군문은 상업경영 능력과 경험을 지닌 상인들을 하급관리로 두어 상품 판매, 확보, 운동 등의 특권을 이용한 상업활동을 전개하였다.

마지막으로 윤석호 연세대 용운연구 교수는 ‘서울의 상업에 대한 조선 후기 실학자의 고법적 개혁론’에서 조선의 실학자들이 당시 현실 사회에서 상업이 발전하는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개혁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보았다.

조선의 유자들이 기반으로 하였던 주자학은 기본적으로 상업적 이익을 제어하는 것을 추구하였으나, 이러한 주자학적 이상은 발달하는 조선 후기 상업 현실과 조응하기 어려웠다. 이에 조선 후기 실학자들 사이에서는 유교 경전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삼대(三代)의 상업을 주목하여, 고법(古法)을 재해석함으로써 상업의 공간적 확대와 전문화, 이에 기초한 과세체계 개편 등 현실의 개혁안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하여 유학적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채워나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의 가격은 1만 원이고, 시민청 지하 1층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하여 온라인(https://store.seoul.go.kr)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를 비롯한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 과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https://history.seoul.go.kr)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한편,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서울역사중점연구’ 발간 사업은 향후에도 지속된다. 서울역사중점연구 시리즈는 전년도 공모한 연구과제에 대해 엄중한 심사를 거쳐 연구팀을 선정하고, 1년간 연구하여 집필한 결과를 이듬해 시리즈로 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은 2020년도 에 선정된 첫 번째 과제의 결과물이다. 두 번째 과제의 결과물 『조선 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는 올해 6월에 발간할 예정이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서울 속 다양한 주체들의 상업 활동에 대한 관심과 후속연구가 이어지며 2천년 서울 역사의 체계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서울역사중점연구』를 발간하도록 많은 연구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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