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윤의 “사춘기 엄마로 사는 법”

[한국강사신문 장희윤 칼럼니스트] 연예인 및 셀럽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TV 프로그램에 유시민 작가가 출현했다. 같은 숙소에 묵게 된 방송인 김성주는 게임 제한 시간을 어긴 사춘기 아들과 아내가 갈등할 때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유시민 작가는 사춘기 시기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일단 자녀에게 공감을 해주고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 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유시민 작가의 사춘기 자녀 교육법은 ‘선(先) 공감, 후(後) 조언’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감정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봤을 때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유시민의 사춘기 자녀 교육법이 정답일까? 이 방법은 유용하긴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 정말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가르쳤던 철수의 어머니는 나에게 울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교육에서부터 공교육까지 정말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었지만, 철수는 지금까지 만났던 학생들 중에 가장 심했다. 고3 수능을 한 달 앞둔 시점까지 엄마와 싸우고 가출을 했던 정말 징그러운 녀석이었다.

그 아이는 어려서 책을 많이 읽어 꽤나 이해력이 좋고 아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철수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는 폭언의 제왕이자 패륜아였다. 전업 주부인 엄마에게 팔자가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았고, 엄마 외모를 가지고 놀리기도 하고 혼나면 역으로 욕설을 퍼붓기도 하였다.

그런 녀석에게 어미는 참으로 헌신적이었다. 어려서부터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것들을 다 해주었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과외를 붙여서라도 공부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면서 점점 심해졌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매로 다스리려 했다. 그런데 체벌이 아이를 자극시켰던 것인지, 아이는 아버지가 없는 틈에 더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어머니는 어느덧 아들에게 공포까지 느끼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처음에는 학생 어머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아이를 가르친 후에야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철수에게 모든 것들을 헌신했다. 맏이였던 철수는 언제나 그런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모든 것들을 배울 기회를 주었지만, 아이는 이런 열성 때문에 공부에 질려버렸다. 반항이 처음 고개를 들었던 중2때 철수는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욕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래 네가 공부하는데 얼마나 힘들겠니. 나한테라도 스트레스 풀어.’라는 마음으로 넘어가 주었다. 하지만 그 후 아이는 점차 폭군이 되었고, 고등학생 때는 이미 손 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런데 반전은 그 뒤에 있었다. 아들이라면 문제 행동도 용서할 만큼 헌신적인 어머니에게 생각도 못한 독한 모정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당신에게 하는 폭언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지만 공부만큼 포기하지 않았다. 밤새 게임하느라 꾸벅꾸벅 졸면서 숙제를 안 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엄마는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아이는 천사와 악마를 왔다 갔다 하며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어머니를 애증의 대상으로 여겼다. 사춘기 아들과 어머니 모두 곪아가고 있었다.

아이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다. 사소한 습관하나라도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만약 자녀가 편식을 한다면 부모의 식습관을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 등 푸른 생선에 DHA가 많아서 애를 먹이려고 하는데 애가 안 먹는다고 하소연 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몇 번이나 고등어 요리를 하시냐고 물었더니 “생선은 비린내가 나서 잘 안 해먹어요.”라는 당황스러운 답변을 하셨다. 나는 ‘어머님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거죠.’라고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사춘기 자녀의 문제 행동에 대한 원인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것은 바로 자녀의 부모에게 있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자신의 자녀 교육법의 문제를 정확히 성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바꿀 수 있다.

사춘기 자녀가 처음에 욕설, 거짓말, 흡연, 음주, 자해 등의 문제 행동을 했을 때 당황스럽더라도 강한 태도로 제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서 유시민의 자녀 교육법인 ‘선(先) 공감, 후(後) 조언’을 통해 자녀의 마음을 얻고 부드럽게 이끌어야 한다.

사춘기 자녀들이라고 무조건 상전 대접을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기 싸움을 한다. 선을 넘었을 때는 따끔한 충고도 필요하다. 사춘기 자녀 교육법에 정답은 없으니 유시민의 자녀 교육법도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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