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한상형 칼럼니스트]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은데, 산더미 같은 일 때문에 야근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고 걱정만 쌓여간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좋겠지만, 머리는 멈춰버려 회전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이면지와 포스트잇까지 동원해 이것저것 써 본다. 컴퓨터 모니터에 몇 자 채워도 보지만 머릿속 빈 공간은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인 문제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도망치듯 퇴근한다. 다음 날 다시 출근해보지만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럴 경우, 개인의 능력이나 컨디션 때문이 아닌 공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잭과 콩나무처럼 높아지면 커지는 창의력과 상상력”

미국 기업의 직원 1인당 사무 공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유는 회사의 경비절감과 소통‧화합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실의 천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세기 내내 평균 2.4m에 불과했던 천장 높이는 1990년대 후반에 2.7m로 높아졌고, 최근 올라간 빌딩들은 3m 수준이라니 놀랍기 짝이 없다. 왜 이들은 천장을 높인 것일까?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천장의 높아질수록 잘 떠오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네소타대학교 조앤 레비 교수는 천장이 높아질 때마다 상상력도 함께 커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안 레비 교수는 천장 높이가 사람들의 사고를 바꿔주고,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즉, 천장이 높아질수록 창의적인 일들과 관련된 상상력이 높아졌고, 천장이 낮아질수록 꼼꼼한 업무처리 등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집중력이 높아졌다.

SBS의 <SBS 스페셜>에서도 ‘행복 공간 찾기’라는 주제로 성적이 비슷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천장 높이가 창의력과 집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험했다.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천장이 높은 거실과 천장이 낮은 다락방에서 창의성 문제와 집중력 문제를 풀게 한 실험이었다. 천장이 높은 거실에서 창의성 문제를 푼 학생들이 천장이 낮은 다락방에서 문제를 푼 학생들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집중력 문제에서는 천장이 낮은 다락방에서 문제를 푼 학생들이 천장이 높은 거실에서 문제를 푼 학생들보다 조금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천장이 높아지면 사람들은 훨씬 더 넓게 그 공간을 해석하고 생각을 확장시켜 창의력을 발휘하고, 천장이 낮아지면 그 공간을 좁게 해석해 미시적인 관점을 무의적으로 갖게 되어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적합해진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사물과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고 이것들을 연결하고 조합할 수 있는 창의력이 생긴다. 천장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더 넓고 다양한 시야가 확보되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천장이 높을수록 답답하다는 느낌도 사라지고, 어떤 틀이나 억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사물과 개념 사이의 공통점을 쉽게 파악하도록 해주는 추상적 사고능력과 비교분석능력도 커진다.

무엇인가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문제의 원인이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는 그 공간을 벗어나 탁 트인 공간으로 이동해보는 것이 좋다. 일터에서는 잠시나마 옥상이나 야외 벤치로 자리를 옮겨 하늘을 한 번 바라보자. 공간에 나를 맞추어 살아왔던 소극적인 삶은 던져버리고, 그 대신 나에게 공간을 맞추는 주도적인 방식의 공간 디자인 혁명을 이끌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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