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정육각형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 구조에서 생성된 상온 플라리톤 기반의 시공간 대칭 시스템 개념도 [사진 출처=카이스트]
그림 1. 정육각형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 구조에서 생성된 상온 플라리톤 기반의 시공간 대칭 시스템 개념도 [사진 출처=카이스트]

[한국강사신문 한상형 기자] KAIST(총장 이광형)는 물리학과 조용훈 교수 연구팀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100배 얇은 정육각형 모양의 반도체 막대 구조 안에서 상호작용이 높은 양자 입자를 생성해, 손실이 커질수록 발광 성능이 좋아지는 신개념의 시공간 대칭성 레이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시공간 대칭성 레이저는 향후 고효율의 레이저 소자부터 양자 광소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떠한 물리 시스템에서든 손실(loss)은 가능한 제거 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따라서, 이득(gain)이 필요한 레이저 시스템에서 손실이 있는 경우에는 작동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문턱 에너지)가 그만큼 증가하게 되므로 손실은 가능한 줄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존재하는 시공간 대칭성(parity-time reversal symmetry) 및 붕괴 개념을 수학적인 유사성을 통해 광학 시스템에 적용하게 되면, 오히려 손실을 작동에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독특한 광학적 시스템이 탄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빛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는 빛을 이용한 시공간 대칭성을 갖는 광학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 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개 이상의 광학적 단위구조를 오차 없이 동일하게 제작해야 하고 이러한 단위구조들에 대하여 손실과 이득을 각각 개별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의 광학적 시스템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림 2.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 구조에서 기판 위치의 손실 정도에 따른 발광 특성 변화 [사진 출처=카이스트]
그림 2. 마이크로 막대 공진기 구조에서 기판 위치의 손실 정도에 따른 발광 특성 변화 [사진 출처=카이스트]

한편, 빛은 반도체 내부의 엑시톤(전자-정공이 결합된 입자)과 오랜 시간 동안 머물면서 강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성립되면, 엑시톤과 빛의 특징을 동시에 갖는 폴라리톤(엑시톤-폴라리톤)이라는 제3의 양자 입자를 생성할 수 있는데 엑시톤이 갖는 물질적인 성질로 인해 폴라리톤 사이의 상호작용이 커지게 된다. 특히, 질화물 반도체 기반의 정육각형 마이크로 공진기 구조를 이용하면 거울 없이도 내부 전반사의 원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빛의 모드와 엑시톤의 강한 상호작용으로 폴라리톤을 상온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조용훈 교수 연구팀은 빛과는 달리 상호작용이 높은 폴라리톤을 이용해 단 한 개의 정육각형 마이크로 공진기 안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모드 사이의 상호작용을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육각 대칭성을 갖는 단일 공진기 내부에는 에너지가 동일하면서 정삼각형 및 역삼각형 형태의 경로를 갖는 두 개의 빛의 모드가 상호작용 없이 존재하게 되는데, 빛 대신 폴라리톤을 이용하면 엑시톤을 매개로 하여 두 개의 모드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에 연구팀은 착안했다.

이 중 역삼각형 모드에 대해서만 손실 크기를 연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나비넥타이 모양으로 홈이 파여진 기판과 결합했는데, 이를 통해 손실이 증가할수록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도리어 더 작아진다는 특이한 결과를 상온에서 관측하고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손실이 클수록 작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증가한다는 일반적인 직관과는 상반되는 결과로서, 기존에 빛을 이용한 시공간 대칭성 시스템의 복잡성과 한계를 극복하고 단 하나의 반도체 마이크로 공진기를 이용해 시공간 대칭성 레이저를 최초로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와 같은 시공간 대칭성을 적용한 시스템은 제거하거나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었던 손실을 오히려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레이저 발진 에너지를 낮추거나, 비선형 광소자 및 민감한 광센서 같은 고전적인 광소자뿐만 아니라 빛의 방향성을 제어할 수 있는 비가역적인 소자, 그리고 초유체 기반의 집적회로 양자 광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

조용훈 교수 [사진 출처=카이스트]
조용훈 교수 [사진 출처=카이스트]

연구를 주도한 조용훈 교수는 “폴라리톤이라는 양자 입자를 이용한 신개념 단일 마이크로 공진기 플랫폼으로서 복잡한 저온 장치 없이 시공간 대칭성과 관련된 기초연구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으면서도 손실을 이용한 다양한 양자 광소자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송현규 박사 [사진 출처=카이스트]
송현규 박사 [사진 출처=카이스트]

KAIST 물리학과 송현규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포토닉스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6월 10일 字에 온라인 출간됐다. (논문명: Room-temperature polaritonic non-Hermitian system with single microcavity / 단일 마이크로 공진기를 이용한 상온 폴라리톤 non-Hermitian 시스템)

□ 연구개요

손실(loss)은 어떠한 시스템에서든 항상 극복해야 되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양자역학에서 존재하는 시공간 대칭성(Parity-Time reversal symmetry, PT symmetry)을 포토닉 시스템으로 가져오게 되는 순간부터는 오히려 시스템에 이득이 되는 대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시공간 대칭성을 광학적인 포토닉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요소는 서로 간의 커플링이다. 빛은 원천적으로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간적으로 분리된 두 개 이상의 광학적 단위구조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빛과 물질의 성분을 동시에 갖는 제 3의 양자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을 이용하게 되면 엑시톤이라는 물질로서의 성격을 통해서 상호작용을 매개 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로는 서로 간의 고유에너지(eigenenergy)가 동일해야 한다. 기존 광학 시스템은 서로 다른 광학적 단위구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밀한 공정 등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본 연구팀은 정육각형에 존재하는 역삼각형과 정삼각형 광학적 모드를 이용해서 복잡한 공정 과정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 마지막으로는 비대칭적인 손실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기판 엔지니어링을 통해 역삼각형 광학적 모드에 대해서만 손실을 줄 수 있는 구조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폴라리톤 시스템 기반의 시공간 대칭성을 구현했으며, 손실을 디자인한 기판과 단일 막대 공진기 구조를 결합해 손실이 커질수록 폴라리톤의 상온 응축 현상의 문턱에너지가 내려가는 직관과 상반되는 결과를 관측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이와 같은 시공간 대칭성을 적용한 시스템은 극복해야 되는 대상이었던 손실을 오히려 이용해서 이득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엑시톤-폴라리톤 레이저의 문턱에너지 기존보다 더욱 낮추거나, 비선형 광소자 및 민감한 광센서 같은 고전적인 광소자 뿐만 빛의 방향성을 제어할 수 있는 비가역적인 (non-reciprocal) 소자, 초유체 기반의 집적회로 양자광소자 등에 응용될 수 있다.

<조용훈 교수 프로필>

□ 학 력

○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1989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석사, 1992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박사, 1997

□ 주요 경력 사항

○ 2021 ~ 현재 KAIST 자연과학대학장

○ 2021 ~ 현재 한국물리학회 부회장, JKPS 편집위원장, 반도체물리분과 위원장

○ 2017 ~ 2021 KAIST 교무처장, 대학평의회 평의원

○ 2010 ~ 현재 KAIST LED 연구센터 설립 및 초대소장

○ 2008 ~ 현재 KAIST 물리학과, 부교수/정교수 (정년보장)

○ 2005 ~ 현재 나노바이오포토닉스 국가지정연구실 (NRL) 책임자

○ 2018 ~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Fellow)

○ 2015 ~ 2018 KAIST 지정 석좌 교수

○ 2015 ~ 2017 KAIST 물리학과 학과장

○ 2012 ~ 2013 미국 UC Berkeley, Visiting Scholar

○ 2000 ~ 2008 충북대학교 물리학과, 조교수/부교수

○ 2004 ~ 2005 미국 UCLA, Visiting Scholar

○ 2001, 2002 프랑스 CNRS, 초청 연구원

○ 1998 ~ 2000 서울대학교 신소재공동연구원, 특별 연구원

□ 수상 경력

○ 2019. 1 국제광전자공학회(SPIE) 석학회원(Fellow)

○ 2018. 1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Fellow)

○ 2015. 4 과학기술진흥 유공자 대통령 표창

○ 2015. 2 KAIST R&D 대표연구성과 (KAIST)

○ 2015. 1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

○ 2014. 2 KAIST 학술상 / 공동연구상 / R&D 대표연구성과 (KAIST)

○ 2013. 8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대전광역시)

○ 2012. 10 산학연협력 유공자 장관 표창 (교육과학기술부)

○ 2012. 2 KAIST 국제협력상 (KAIST)

○ 2011. 4 한국물리학회 반도체 학술상 (한국물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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