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제공>

[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어느 날 K사의 김 부장은 업무차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구역인 웨스트뱅크(West Bank)와 남서단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가자지구(Gaza Strip)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김 부장은 그 나라에 가면 사고 싶은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카펫이었다. 카펫을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구입하려면 200만 원 정도 지불해야 괜찮은 물건을 살 수 있는데 비해 팔레스타인에서는 물건의 질은 보통이나 가격이 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회사의 업무를 마치고 그 나라의 전통시장에 들렀다. 전통시장에 들리기 전에 여행가이드에게 “이 나라는 거품이 심한 나라입니다. 물건을 살 때는 최소한 50%는 깎아야 합니다.”라는 조언을 들은 바 있다. 30분 정도 시장을 둘러본 김 부장은 맘에 드는 카펫을 발견하고 가게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주인은 “1,000달러입니다.”라고 답변하였다. 김 부장은 여행가이드가 일러준 조언을 생각하며, “아저씨 너무 비쌉니다. 500달러로 하시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네, 그렇게 하세요.”라고 대답하였다.

김 부장은 500달러에 금액을 지불하고 카펫을 들고 간다. 그의 기분이 어떨까? 아마도 찝찝한 기분과 좋지 않은 느낌이 들것이다. 이것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한다. 승자에게 내려진 저주라는 뜻으로 목표가격인 50%는 깎았지만 뭔가 저주든 느낌이 드는 현상을 말한다.

승자의 저주라는 개념은 미국 에너지 회사 애틀랜틱리치필드(ARCO)사의 기술자들이 1971년 발표한 논문에 처음 소개되었다. 1954~1969년 멕시코 만에서 이뤄진 1,223개의 석유 시추권 임대 결과를 보면 62%의 시추 지역에서는 석유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6% 지역에서는 석유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후 이익에서 손실을 보았다. 22% 지역에서만 수익성이 났는데 세후 수익률은 18%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손실이 났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승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승자가 되기 위한 목적에만 의미를 두고 그 목적을 성취했을 때 만족도는 얼마나 될까? 위 김 부장의 사례처럼 50%를 깎는 것에만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카펫을 샀을 때 후회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협상 초보자뿐만 아니라 유사한 협상을 경험해본 사람도 처음 제안하는 조건에 덥석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상대의 제안이 내가 생각한 욕구에 충족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수고를 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승자가 된 다음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승자가 되기 전에 미리 생각해 둬야 한다. 구매한 물건이 나의 욕구를 충족했는지, 판매자의 적절한 양보를 받으며 양보의 폭을 좁혔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둘째, 목표가 달성된 후에도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주위 이해관계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르네상스 때 메디치 가문을 일으켰던 코시모 데 메디치는 자신을 가다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그런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언제나 당나귀를 타고 이동했다.

셋째, 승자의 저주는 경과에서 발생되는 의미이다. 협상에서 ‘과정’에서 발생된 의미를 망각했기 때문에 저주를 받게 된다.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목적’과 ‘과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지나친 협상목표 달성을 지양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하다.

※ 출처 : 한국HRD교육센터 전문가 칼럼

 

<사진=정인호 페이스북>

VC가치창출경영연구 정인호 대표는 영남대학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실장, VC가치창출경영연구 경영연구소 대표, 한국경제 칼럼니스트,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협상의 심리학>이 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