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 작가 인터뷰

[한국강사신문 진가록 기자] “나도 나의 정체성을 잘 모릅니다. 다만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단순한 생각은 해보았습니다. 언젠가 국경이 없어지고 지구 전체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민족이나 국적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가 ‘지구인’이라고 불렸으면 하는 꿈은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재일조선인 3세로 태어나 북한 인민으로 살다가 이제는 대한민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김주성 작가.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에는 오래도록 발붙이고 살아갈 이 땅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담겨 있다. 김주성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얼마나 다른지 궁금했다. 그런데 책의 곳곳에 녹아있는 작가의 희로애락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 보여준다. 행간에 숨은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직접 만나 보았다.

Q. 안녕하세요, 김주성 작가님. 대한민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면서 지내시나요?

A. 한국에 정착한 지 13년을 맞았고, 지금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언론, 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면서 한국소설가협회에서 작가로 활동합니다. 또한 탈북청년과 다문화가정을 소개하고 지원하는 유튜브 방송 ‘(사)배우고 나누는 무지개’와,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새터민들의 쉼터’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군요. 북한에서의 삶이 쉽지 않았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좋았던 것이나 요즘 떠오르는 추억이 있나요?

A. 좋았던 것을 굳이 꼽으라면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사회발전속도가 비교가 안 될 만큼 느리니 정신적으로는 편했어요. 북한에서는 할 일이 없으니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요.

[사진출처=출판사 어크로스]
[사진출처=출판사 어크로스]

Q.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바라는 게 바로 ‘멍 때리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책을 보니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을 하셨다는 이야기도 있고, 학교 선생님이셨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떻게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었나요?

A. 작가동맹중앙위원회라는 것이 있고, 그 아래 도 위원회, 시 위원회가 있어요. 여기서 ‘맹원’이라는 현역작가와 ‘후맹’ 이라는 현직작가를 관리해요. 현역작가는 남한으로 치면 전업 작가인 셈이고, 현직작가는 투잡을 하는 작가라고 보면되요. 현직작가는 자신의 직장에서 6개월 일하고, 남은 6개월은 작품을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체육 교사로 있다가 작가동맹에 접수해서 문학 통신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 통신원 초짜 작가를 키우는 곳인데, 여기서 1년에 한 번씩 창작 강습을 듣고 글을 씁니다. 단편 작품들과 수필이 당선되면 심의를 거쳐서 후맹, 현직작가로 활동할 수 있어요. 저도 현직작가로 지내면서 6개월은 체육 교사로, 6개월은 작가로 살았어요.

Q. 북한에 그런 제도가 있군요. 어떻게 체육 교사로 지내다가 작가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글을 쓰고 싶었던 계기가 있나요?

A. 철저하게 폐쇄된 체제에서 몰래 외국출판물이나 녹화물을 접했어요. 그때마다 자유롭고 싶고, 우물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저는 부모님이 계시는 일본에 돌아가고 싶었죠.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문학작품이었어요. 나를 작중인물로 설정하고 글을 쓰다 보면 최소한 작품 속 세계에서는 일본에 갈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런 감성만 가지고 북한의 문단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북한에서 계실 때 어떤 소설을 쓰셨나요?

A. 벽소설이라고 ‘벽에 붙여 놓고 보는 소설’이라는 의미에요. 단편 중의 단편이죠. 짤막한 에피소드를 담아서 교훈을 주는 형식으로 많이 썼어요.

Q. 북한에서 어떤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세계 문학도 읽을 수 있었나요?

A. 김정일 시기부터 전문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외국 서적이나 소식지들을 참고로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외국 서적도 고전과 같이 잘 알려진 명작들은 일반 보급을 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대신 작가들만 읽을 수 있는 책이 따로 있긴 했어요. ‘100부 도서’라고 100부만 출판하여 일반 주민들은 못 읽고, 작가들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주로 자본주의 국가의 작품이거나 사상서였어요. 그때 읽은 책 중에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가』, 알렉산드르 뒤마의 『동백꽃 아가씨』,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이 기억에 남아요.

Q. 어떻게 북한을 떠나올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혹시 문학의 영향이 있었나요?

A. 문학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영상콘텐츠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실정을 대충 알고 있었어요. 북한 사회에서 더는 버틸 수 없는 극한점에 다다랐을 때 마침 빠져 나올 수 있는 우연한 기회를 얻어서 떠나왔습니다.

Q. 작가님이 소개한 책들이 매력적이라 저의 독서목록에 써두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여러 책을 읽으셨는데, 혹시 그중에 삶에 영향을 주었다거나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있나요?

A. 『전태일 평전』,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대한민국 아픈 과거의 모습을 보고,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되었고 나도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자각과 긍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Q. 『한국이 낯설어질 때 서점에 갑니다』는 딸이 태어나기 전부터 자라나 이야기를 하고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기까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랜 시기 집필하신 것 같아요. 이 책을 쓰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신문지면에 연재하던 칼럼들을 책으로 엮었어요. 매주 칼럼을 연재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맞이했고, 사랑스러운 딸도 태어났기에 추억이 많이 담긴 책입니다. 아내와 딸이 없었다면 이 책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혈혈단신으로 대한민국에 온 나에게 찾아와 준 그들을 보면서 글을 쓰다 보니 자연히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 같아요. 훗날 저의 딸이 어른이 되어 “아빠는 이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알 수 있도록 미래에 보내는 편지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와 생생한 문체가 참 좋습니다. 앞으로 소설을 출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시놉시스를 5년 전에 써두고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습니다. 몇 년 안에 생활이 여유로워지면 쓸 결심을 하고 있어요. 나의 인생 전반부인 일본, 북한, 한국을 배경으로 재일조선인이 어떤 과정을 겪어왔고,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 쓰려고 합니다. 디아스포라가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왜 경계인으로 살아야만 했는지를 작품으로 담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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