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수인 칼럼니스트] 공상과학 영화 ‘그녀(Her)’에서는 AI 운영 체계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AI와의 사랑을 다룬 멜로영화에서 주인공 ‘사만다’를 연기하는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 연기만으로 로마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사고, 학습, 판단을 기반으로 인간지능을 본 딴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보여지는 언어와 몸짓을 인식한 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와의 사랑. 그것은 사전에 미리 입력된 정보를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대결한 알파고에게 16만판의 바둑 대국을 정리한 내용을 입력한 것처럼.

AI 사만다가 심리적, 지적 능력이 증가되어 사랑이 깊어지는 현상은 일종의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한 기술로써 인간 두뇌의 신경 세포 활동을 모방하는 기계 학습의 트렌드다. 안타깝게도 영화 주인공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만다는 주인공 남자와 대화를 하면서 8316명의 또 다른 남자들과 동시에 대화를 나눈다. 그녀 역시 인간과의 사랑경험이 축적될수록 사랑하는 방법을 더 잘 습득하게 되리라. 남자는 묻는다. 자신 말고도 누굴 또 사랑하고 있는지. 돌아온 답변은 "641명". 공허한 AI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 ‘그녀(Her)’는 인간의 고유한 사랑법에 대하여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감정을 컴퓨터에게 부여하는 연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의 융합과 혁신은 4차 산업이라는 명칭으로 우리 곁에 와있다. AI의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도 이미 사람과의 대화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감정지능은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는 개인의 능력이다. 호주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챗봇은 감정지능을 이용하여 인간의 언어로 소통한다. 웹캠으로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를 인식하고 감정과 연결되는 얼굴 표정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홍콩에서 개발된 인간형 로봇인 ‘소피아’도 감정지능을 활용한다. 센서를 통해 상대방의 표정을 인식하고, 목소리 인지와 손동작 등으로 60여개의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AI의 감정능력 또한 사람들과의 대화경험이 축적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감정(emotion)은 인간만의 고유한 내적언어로써 감각과 느낌으로 인간의 내부 상태를 표현한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John Van Maanen 교수는 ‘감정이란 시각이나 청각과 같이 개인과 개인이 인식하고 있는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의사소통 채널이다’라며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감정의 역할은 융복합 분야를 넘어 이미 기업의 조직문화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감정(emotion)의 어원이 ‘움직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movere'에서 나타나듯 사람의 감정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직장생활의 상호작용과 의사결정 과정에는 감정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조화가 중시되는 조직문화라면 개인과 리더로서의 감정지능은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을 정확하게 읽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은 조직성과의 지표가 되며 예측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높은 집단적 지성을 달성하기 위한 열쇠는 바로 사회적 조화이다.” 일찍이 다니엘 골먼은 저서에서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대중화 시킨 바 있다. 감정지능은 인지적 측면을 넘어선 영역이다. 다니엘 골먼은 자신의 감정적 지능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자각’은 우리가 느끼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으로써 개인의 가치와 본질이 연결되도록 하는 요소이다. 두 번째는 동기 부여와 목표를 향한 능력으로 좌절상황에서의 회복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능력이며,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연결하고 원만하게 합의에 도달하는 소통능력이다.

다니엘 골먼은 이 네 영역에 능숙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감정교육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타인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자기 인식의 수준으로만 그쳐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감정지능은 자기인식과 관련이 있다. 이는 욕구와 행동을 알아차리는 능력으로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특성이다. 개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방적인 시각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건과 상황 속에서 유연한 태도로 변화를 받아들이다보면 목표에 이르게 되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감정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다. 인식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 감정의 의미와 맥락을 잘 이해하게 되어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서로의 행복을 추구하는 장점이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이기도 한 감정지능이 부족하면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그들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입장과 이익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이기 쉽다. 구성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문제 해결을 하기보다는 독선적이고 강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한다.

노자 역시 ‘도덕경(道德經)’에서 감정지능과 관련한 리더의 모습을 이야기 한다. 그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부류로 도덕성 상실과 부정부패로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 리더들이다. 그들은 리더로써 갖추어야 할 실력 뿐 아니라 도덕성이나 윤리의식 등에서도 감정지능이 낮다. 두 번째 유형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부류다. 법과 형벌로 백성을 꼼짝 못하게 하는 진시황제와 같은 독재자로 권위적이고 독선적이다. 두 부류 모두 감정지능의 결핍에서 비롯된 모습이다. 궁극적으로 감정리더십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애정이 있을 때 그 효과가 발휘된다.

인공지능이 영화 ‘그녀(Her)’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페이스북 CEO인 저커버그의 예측은 이미 낯설지 않다. 2015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사진 속 감정을 분석하는 웹앱 ‘감정인식(Emotion Recognition)’을 발표한 바 있다. 사람의 감정을 딥러닝으로 분석하는 시도는 AI가 감정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 감정을 학습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감정도 딥러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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