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문석현 칼럼니스트] 오늘따라 유난히 파스타가 먹고 싶어 집 근처에 있는 파스타 전문점을 찾았더니 나란히 있는 두 군데의 파스타 가게 앞에 손님을 유혹하기 위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당신이라면 어느 파스타 가게로 들어갈 것인가.

A식당 : 토마토소스 조개 파스타

B식당 : 손으로 빚은 면발, 쫄깃쫄깃한 조갯살, 매일 아침 주방장이 직접 갈아 만든 토마토소스! 환상의 파스타를 맛보세요.

A식당보다 B식당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후에 파스타가 생각나면 B식당을 떠올릴 확률이 높다. 이는 나히토 요시히토의 저서 <51인의 심리학자, 이기는 화술을 말한다>에 나오는 이야기를 각색한 것인데, 여기에서 중요한 스피치 포인트는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듣는 사람에게 얼마나 선명하고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A와 B식당은 똑같은 메뉴를(물론 맛의 미묘한 차이는 있을지라도)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가 단순하게 파스타를 소개한 것이라면 후자는 먹음직스러운 파스타의 이미지가 떠오르도록 생생하게 소개했다. 심지어 파스타 향까지 나는 것 같지 않은가? 정말 파스타가 먹고 싶을 때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감칠맛 나는 소스를 뿌린 파스타가 ‘짠’하고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런 연구는 또 있다. 미국 밴터빌트 대학의 제니퍼 에스칼라스 교수는 다양한 광고를 분석한 결과, 고객의 제품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떠올리기 쉽도록 만든 광고일수록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팔고자 하는 상품에 정보를 담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 주면 예상외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불어 짧은 표현으로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더욱더 강한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자가 TV홈쇼핑에서 식품을 판매할 때는 항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어느 날 만두 방송을 했는데, 만두 시식을 할 때면 늘 쇼호스트의 얼굴은 화면에 클로즈 업 한 상태가 된다. 이때 시식을 한 사람이 만두 맛의 느낌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지 언어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필자는 만두의 맛을 보다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만두가 입 안에서 왈츠를 춰요.”

“만두가 입 안에 들어오는 순간 입 속에서 불꽃 축제가 일어나요.”

“입 안에서 만두에 들어간 재료의 여러 맛이 어우러지는 게 마치 울긋불긋한 오대산 단풍을 보는 것 같아요.”

필자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함께 방송을 한 동료 쇼호스트는 물론 게스트들도 파안대소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만두를 먹고 나서 왈츠를, 단풍을, 불꽃 축제를 떠올리겠는가? 하지만 누구나 왈츠의 우아하고 화려한 느낌, 단풍의 아름다움, 불꽃 축제의 환희를 마음속에 뚜렷한 이미지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있는 또렷한 이미지를 만두를 먹었을 때의 느낌과 연결해서 표현했더니 호감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결국 이 만두방송은 방송이 끝나기 전에 매진이 되었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렇게 비논리적이지만 순간적인 연상 작용이나 즉흥적인 감정 작용이 커뮤니케이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때가 많다.

결국 맛이든 촉감이든 시각이든 후각이든 청각이든 이런 감각들을 사람들이 익히 경험하고 기억할 만한 이미지와 연결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남다른 언어술사가 될 수 있다.

※ 출처 : 한국HRD교육센터 전문가 칼럼

 

<사진=문석현 페이스북>

문석현 쇼호스트는 성균관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종합예술학교 아나운서쇼호스트학과 겸임교수, CJ오쇼핑 쇼호스트, TBS교통방송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다. 설득 스피치 전문강사로서 기업체, 관공서 등 다양하게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비키니 화법>, <디톡스 커뮤니케이션>, <스피치 메이크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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