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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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수많은 지식을 경험에서 얻는다. 경험에 의한 추론적 사고, 즉 휴리스틱(Heuristic)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휴리스틱(Heuristic)은 빠른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만, 때론 사고를 경직되게 만들고 직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나쁜 습관을 갖게 한다.

늘 익숙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을 “안전지대(Comfort Zone)”라고 말한다. 단지 습관에 의해 직관적 사고만을 하게 되는 곳이다.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없다. 개선도 없고, 혁신도 없다. 단지 박스 안에서 정해진 룰만 지키면 크게 문제가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촉진 시키려면 조금은 낯설고, 불편하고, 다소 위험한 곳을 넘나들 필요가 있다. “창의지대 (Creative Zone)”라고 불리는 곳이다. 낯설고 불편하면 개선을 생각한다. 더 나아가 혁신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 시간, 생각을 벗어나도록 도움을 주는 “도전”에 의해 생성된 곳이다. 명심하자. 우리에게 익숙한 안전지대가 “경험 박스”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 창의지대(creative zone)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자신이 만든 “경험의 덫(experience trap)”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의 함성을 기억하는가? 아마 당연한 말일 것이다. 당시 온 나라가 축구의 열기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당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1등 공신은 누구였을까? 바로 위대한 경영자로 이름을 올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동안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덫을 과감히 벗어던진 사람이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바로 최고의 축구 선수출신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의 덫(experience trap)”을 과감히 벗어던진 것이다. 그는 먼저 한국 축구팀을 분석했다.

그동안 기술 중심으로 축구팀을 이끌고 왔던 터라 선수들의 체력과 스피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술이 뛰어난 상태도 아니였다. 히딩크 이전의 한국대표팀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며, 카리스마를 지는 유능한 기능인 이었다. 축구란 그저 엄하고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독들조차 그렇게 배웠고, 본인들도 한국의 스타플레이어 였기에 자신의 경험의 덫이 걸려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히딩크는 달랐다. 선수들에게 기능을 가르치지 않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경영을 했다.

기술은 짧은 시간에 배양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애매한 개인기에 의존하던 한국 축구를 기본 체력과 스피드로 바꿔 나갔다. 11명 베스트 플레이어의 팀웍을 강조하던 기존 전략을 23명이 골고루 투입하는 퍼포먼스 중심의 팀으로 재편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축구를 스포츠가 아니라 격투기라고 표현했다.

따라서 한경기가 끝나면 부상 당하는 선수가 1-2명 이상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3명의 선수들이 기량이 비슷해야 하며, 늘 어느 선수가 기용될지 모르니 긴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시 그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한국 축구의 스타플레이어 선수들을 대거 탈락 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다.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등의 선수들은 당시 깜짝 등장으로 지금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가 되어 있다. 그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히딩크 감독이 대부분의 축구 감독이들 겪는 “경험의 덫”에 빠지지 않은 것은 그의 선수시절 전력 덕분이었다. 그는 현역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네덜란드의 “더 흐라프스합(De Graafschap)”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네덜란드 최고의 클럽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했지만 주전으로 발탁되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다. 고국에 정착하지 못한 그는 북부의 축구리그에서 활동하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은퇴를 했다. 자신이 유명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였기 때문에 늘 선수들의 입장이 되려고 한다. 그것이 그를 “경험의 덫”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힘이었다.

그는 탁월한 축구 경영자 였다. 23명의 축구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최고의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전의 한국축구 감독들이 11명을 최고의 기술자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면, 히딩크는 23명의 선수들 모두가 팀웍을 발휘하여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는 팀을 일구어 낸 것이다. 여기에 기술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 축구의 “경험의 덫”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규정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4-4-2와 3-5-2포메이션에 대한 논쟁이 왜 필요한가? 규칙에 얽매이다 보면 창의적 사고나 플레이어를 할 수가 없다. 23명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최고의 전략으로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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