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27~29일 수원 아주대에서 ‘제4회 세계인문학포럼’이 막을 올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한국강사신문 DB>

[한국강사신문 김장욱 기자] ‘희망의 인문학’을 주제로 27~29일 수원 아주대에 열리는 ‘제4회 세계인문학포럼’이 막을 올렸다고 27일 밝혔다.

27일 열린 개회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이영 교육부차관, 조우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손동현 세계인문학포럼 추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수원시와 교육부, 경기도, 유네스코가 공동주최했다.

염태영 시장은 환영사에서 “수원시장으로서 수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조대왕의 문예부흥정책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과제로 안고 있다”면서 “정조의 도시이자 도서관의 도시인 수원에서 인문학이 희망이 되고 인문학으로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영 차관은 개회사에서 “세계인문학포럼은 인문학자와 대중이 함께 인문학의 중요성과 희망을 공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인문학의 역할을 함께 생각하고, 앞으로 인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개회식 후 ‘인문학의 잊혔던 주제, 희망’을 주제로 전체 기조강연을 한 철학자 로제 폴 드루아(프랑스)는 “희망의 부재는 단순히 개인 내면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것”이라며 “희망은 인문학을 통해 가르쳐야만 하며, 이를 위해서는 희망을 통찰력의 시험이자 진정한 행위로 만드는 참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희망의 의미가 명확하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희망은 언제나 야누스와 같이 이중적이고,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포럼은 매일(27~29일) 오전 9시 30분 ‘중주제 기조강연’으로 시작돼 분과회의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개회식에 앞서 ‘희망이라는 이름의 가장 먼 과거 : 시공상의 이주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에세이’를 주제로 첫 번째 기조강연을 한 가즈시게 신구(일본 나라대학) 교수는 “희망은 욕망에 부합하는 전망이자 과거를 미래에 투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또 개인이 살아갈 막연한 시간의 환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8일에는 독일 철학자 칼 메르텐스(뷔르츠부르크대학 철학과) 교수가 ‘사회적 관점 : 익명적 사회질서로부터 개인적 사회적 자각으로’를, 29일에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동일 명예교수가 ‘인문학 교육의 사명’을 주제로 기조강연 한다.

수원시는 27일 ‘희망의 인문 도시 수원’을 주제로 하는 세션을 주관하고 ‘인문학 중심도시’를 꿈꾸는 수원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인사말에서 “곳곳에 공공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을 세워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문화적 향유를 느끼게 하는 것이 수원시가 사람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앞으로 인문 도시로서 성장하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의 인문도시 만들기’를 발표한 강진갑(경기대) 교수는 “수원시의 인문도시 사업은 아직 실험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인문 도시 사업 추진에 있어 프로그램의 양적인 증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시민의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한 평가 체계를 수립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문학은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주고, 삶에 대한 태도와 다른 사람과 관계에 변화를 가져다주며 시민들이 지역 공동체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갖게 해준다”면서 “인문학은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인문학 중심도시 조성’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인문도시 사업’을 추진한 수원시는 전담 부서(인문학팀)을 만들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조성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2만 9318개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226만여 명의 참여를 이끌었다.

‘장소체험을 통한 인문학적 가치의 회복’을 발표한 박연규(경기대) 교수는 지난해 가을 광교공원에서 열린 ‘광교산, 인문학의 옷을 입다’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인문학의 현장이 장소로 전환되면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중성, 고유성, 역사성, 정체성 등 ‘삶터’가 드러나고 공동체적 관계성이 회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장소가 부재하면 지역의 욕구가 반영되지 않고, 지역 삶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모색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안운동으로서 수원시 마을 만들기 운동’을 발표한 이재준(아주대) 초빙교수는 “수원시 마을 만들기는 이웃과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문공동체 운동이자, 주민자치 운동, 새로운 도시계획 패러다임 대안 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원화성과 화성을 축조한 다산 정약용과 인문학을 접점을 찾아본 발제도 있었다. ‘수원화성의 인문학적 의의와 미래지향적 함의 -공간의 매체적 관점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심승구(한국체대) 교수는 “18세기 화성행궁은 군민이 하나 되는 축제의 공간이자 민심 화합의 공간, 왕실문화와 민중 문화가 만나서 교류하고 소통하는 융합의 공간이었다”며 “수원화성의 진정한 가치는 그곳이 꿈꾸는 공간, 꿈을 실천하는 공간, 미래를 위한 공간이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조의 꿈과 다산의 인문정신’을 발표한 김준혁(한신대) 교수는 “정조와 다산은 사람은 하늘과 같은 존재이고, 모든 이는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하며, 사람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문 정신을 갖고 있었다”면서 “다산의 모든 사상의 근원은 신분 고하와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평범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성과사회와 피로사회’를 주제로 열린 첫 분과회의에서는 김종주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다산의 피로증후군과 인문학적 자기분석’을 발표, “다산의 도덕 사상은 의지와 행사의 철학 위에 서 있으므로 그의 도덕철학에서 의지의 자유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는 시대적 질곡에서 비롯된 힘겨운 현실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 접근을 시도해 모순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부대 행사로 수원 SK 아트리움에서 ‘고은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인의 밤’이 열렸다. 고은 시인의 시 낭송과 수원시립교향단(지휘 김대진)의 연주가 어우러진 시간이었다.

포럼은 한국, 미국, 중국,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인문학 지원기관 장(長)들이 인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속에서 지역별 인문학 지원 기관들의 정책적 대응·기여 방안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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