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질병, 노쇠와 장애의 연결고리를 이해
삶과 시간, 세상 대하는 방법 고민 기회 되었으면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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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이 책 『지속가능한 나이듦(두리반, 2021)』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할 노화와 노쇠,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다. 노화와 노쇠의 정의부터, 노화가 일어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 그리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화를 늦추는 방법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년내과 의사이면서 동시에 생물학을 공부한 이학박사인 지은이가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노년기 질병의 특성과 치료 방법,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노인의학적 문제들, 그리고 공동체로서의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노인 문제들까지 짚어보며, ‘나이듦’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제언들을 살펴본다.

의학의 발달과 사회적 자원의 증가로 인해 노년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령 인구의 증가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지만 초고령 사회 진입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특히 저출산 현상과 맞물리면서, 고령 인구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 ‘노화’, ‘노쇠’, ‘나이듦’이라는 주제는 누구도 들추고 싶지 않은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반드시 공론화되어야 할 주제다. 노년내과 의사인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서 ‘나이듦’에 대한 통시적이며 광범위한 접근을 시도해 우리가 개인적·사회적으로 노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1부 “시간: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에서는 생물학적 노화가 어떻게 노년의 모습을 만드는지, 그리고 과학이 알려준 노화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노화의 정의나 노쇠의 메커니즘을 다루는 것뿐 아니라 왜 노화가 발생하며 어떻게 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을지에 대한 실용적인 팁도 제공한다.

또한 TV나 언론에서 광고하는 항노화 건강식품들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노화를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좋지 않은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임을 알려준다.

2부 “질병: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서는 노화의 결과이기도 한 노년기 질병이 가지는 특징들과 우리나라에서 특히 간과되고 있는 여러 노인의학적 문제들에 대해 짚어본다. 특히 노년내과 의사로서 직접 진료하고 경험한 노인병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지 못해 다수의 병을 안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각각 다른 병원에서 다른 담당의를 만나야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고,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데서 오는 노년기 다약제 사용 문제나 노인의 경우 개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일괄적인 처방이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짚어본다.

3부 “사회: 초고령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서는 범위를 좀 더 넓혀 노화와 고령화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노인 복지 시스템에는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 사회적 이슈와 해결 방안을 살펴본다.

“나이듦의 문제, 외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지은이는 서울아산병원의 노년내과 의사다. 일반외과, 응급의학과, 소화기내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수많은 과가 있지만 노년내과는 왠지 익숙하지 않다. 그만큼 노인의학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생소한 분야에 속하며, 노년내과를 갖추고 있는 병원도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에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에 이르게 되며, 2030년대가 되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기대수명이 긴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의학은 점차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고령화를 앞서갔던 나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인의학을 육성해왔음에도 우리나라는 노인의학에 대한 교육이 산발적일 뿐 아니라 교육의 양과 질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러다 보니 노인의 특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건강하고 젊은 사람에 준하는 처방을 하기 일쑤다. 이러한 처방은 드물지 않게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노화가 진행된 노인에게 부작용이 생기는 약을 처방해, 건강하던 노인이 순식간에 미음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젊은이들은 사나흘이면 퇴원할 수 있는 담낭 절제 수술을 한 할머니가 기존 체력과 근력 부족 때문에 수술 이후 몇 주가 되도록 퇴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노쇠, 인지기능 저하, 다중이환, 근감소증 등 노년기 주로 나타나는 질병과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로 인해 큰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지은이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노인성 질병과 사회적 노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좀 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노화를 속도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질병과 노쇠, 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삶의 여정에서 노화와 함께 벌어지는 여러 변화들 속에서 삶과 시간, 세상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의 저자 정희원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내과 전공의 시절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에는 한두 가지 법칙에 따라 끼워 맞춰지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에게서 노화와 연관된 파라미터들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을 연구했으며, 같은 방법을 써서 소규모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기도 했다.

노인의학 학술지 《AGMR》의 부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문제 풀기를 좋아하나 교조주의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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