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하러닝연구소>

[한국강사신문 도영태 칼럼니스트] 내가 강의에 조금씩 탄력이 붙기 시작할 즈음,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강의의뢰가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거의 해보지 않은 ‘고객만족(CS)서비스 마인드’에 관한 것이었다. 강의스킬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을 믿고 교육담당자는 한 치의 우려감도 하지 않고 부탁을 했다. 작은 갈등이 앞섰다. 아직 강의를 골라서 채택하는 유명강사는 아니었기에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하고 싶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강의 테마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것저것 주변에서 모으면 자료도 많을 것이고 또한 강의력 하나는 자신 있는지라 흔쾌히 승낙을 하고 나름 준비도 했다. 하지만 CS 현장경험이 없는 나에게 그 강의는 ‘당연한 말씀 감사합니다’라는 원론적 서비스 마인드를 제공하는 무대 그 이상은 없었다.

교육생으로부터의 반응평가 또한 이러한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나왔다. 강의를 하면서 처음으로 좌절했다. 그 이후로 강의의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도 그 회사에는 불려가지 못했다. 위의 에피소드는 내가 선택한 강의 중 ‘신의 악수(惡手)’의 하나로 꼽는다.

강의가 없다고, 당장의 수익 때문에라도 섣불리 내 영역이 아닌 강의를 탐내서는 곤란하다. 주력이 아닌 강의를 잘못해서 실패로 얻어낸 기회비용의 손실은 그 한 번의 강의료의 몇 곱절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다시는 그곳에는 강의를 하지 못하는 불상사와 더불어 자칫하면 네거티브 평가가 공유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말하는 강의스킬과 자신감을 믿고 이것저것 덥석 강의를 물지 않도록 하자. 조금 어렵더라도 천천히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강의가 없으면 나중에 바빠질 것에 대비해 강의 콘텐츠를 연구하고 보완 하면 된다.

또한 강사가 강의도 하고 강의마케팅을 하려고 분분하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 가장 최적의 강의마케팅은 어쩌다 한번이라도 불러준 곳에 가서 최적의 강의를 하여 애프터를 받고 좋은 강의평판이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강사로서 오랫동안 생존하려면 내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강의, 익숙한 강의, 좋아하는 강의를 해야 한다. 그 강의가 나의 강의 브랜드를 연상할 수 있는 연관성이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어떤 강사들은 프로필 강의 과목에 마치 백화점처럼 이것저것 많은 과목을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또 어느 강사는 자신은 리더십, 직무, 자기계발 등 모든 강의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데, 전문화 시대에 모든 것에 정통하려니 아마 그 강사는 천재가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두루 잘하는 것은 정작 이렇다 할 잘하는 게 한 가지도 없는 것과도 같은 어리석은 것이다.

앞으로는 ‘팔방미인 형’의 강사보다는 개성 있는 전문 강사가 대세이다. 물론 이것저것 터치를 하더라도 잘하면 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갈수록 학습자(교육생)들의 수준과 기대치는 높아만 가고 강사들에게는 늘 새로운 것을 학습해야 하는 ‘창조적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강의는 전달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제공함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장의 리얼리티를 반영하지 못하는 강사는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

크고 넓게 바라보고 강의를 준비하자. 눈앞의 먹거리는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강사도 아무리 강의가 없어도 아무 강의나 하겠다고 들이대서는 안 된다. 강사로서의 진정한 생존법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개인기와도 같은 강의를 지속하는 것이리라.

※ 참고자료 : 도영태의 <명강사 강의기획(2016, 더난출판)>

 

<사진=아하러닝연구소 제공>

도영태 칼럼니스트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교육전문기관 ‘아하러닝연구소’ 대표(소장)로 재직 중에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강사협회 기획력분과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양여자대학교와 국립교통대학교 외래교수, 한국표준협회 비상근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전문강사 등을 역임했다. EBS ‘직무능력 업그레이드’, CBS와 TBS 명사특강 등 여러 미디어에서 강의 활동을 했으며, 휴넷, 크레듀, 메가 HRD 등 온라인 학습 전문기관에서 명강사로, 《한국경제신문》 한경닷컴, 《조선일보》 조선에듀케이션, 한국HRD교육센터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저서로는 <명강사 강의기획>, <기획서 다이어트>, <프레젠테이션 요럴땐 요렇게>, <일상에서 뒤집어보는 창의적 역발상>, <기획서 브리핑 비법>, <죽은 생각 버리기>, <언제나 이기는 프레젠테이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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