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힘’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수학자 박형주의 세상 읽기, 처음 보는 문제를 풀어야 할 미래 세대,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처럼 그 어느 때보다 수학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 수학자는 어떻게 세상을 해석하고 내다보고 있을까? 수학자 박형주의 신간도서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해나무, 2018)』는 ‘연결의 시대’에 미래 세대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수학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살아온 경험과 통찰을 바탕삼아, 정보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날렵하면서도 직관적인 시선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밥 딜런, 스티브 잡스, 부르바키, 살바도르 달리, 영화 [마션], 알파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원하는 지식을 찾아내고, 필요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저자가 보기에, 입시를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 지형에서, 비슷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게 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점수가 깎이는 작금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생각의 재료를 다양하게 건네주고 그 재료들을 버무리는 사고 훈련은 온데간데없고,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는 훈련만 시키는데, 이는 창의성과 생각의 힘을 키우기는커녕 자존감만 무너뜨린다. 개방적이고 열린 시선으로 다른 사람과 머리를 맞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나 무엇인가에 깊이 ‘몰입’함으로써 새로운 방향과 생각을 얻어내는 경험을 하지 못한채 아이들은 세상에 내던져지고야 만다.

이에 저자는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엔 대안이 없다”라면서 교육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며, 어려운 내용을 빼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아이에게 적은 수의 문제를 주고, 무한한 시간 안에 풀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적은 수의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할 때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얻어갈 뿐 아니라 생각이 깊어질 것이고, 이는 미래에 아이들이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어서 실용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뻔한 생각의 틀을 넘는 경험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통쾌감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장차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어려움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의 저자 박형주는 가르치고 연구하고 글 쓰는 수학자다. 우연히 알게 된 프랑스 수학자 에바리스트 갈루아의 수학 이론에 매료되어 전공을 물리학에서 수학으로 바꿨다. 미국 U.C. 버클리에서 수학 박사학위 를 받았다.

미국 오클랜드 대학교 수학과 교수,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수학과 주임교수,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아주대학교 수학과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을 맡아 한국에서 열린 첫 번째 ICM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지금은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2018년)으로서 다양한 수학적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수학의 대중화와 교육에 관심이 높아서, EBS 수학 다큐멘터리 <생명의 디자인>(2009)과 KBS <명견만리>(2015)의 진행자로 참여했고, EBS 수학 다큐멘터리 <문명과 수학>(2012)의 자문 및 감수자로 참여했다.

현재 일간지와 주간지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하는 중이다. 저서로는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수학이 불완전한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 『기원THE ORIGINE』(공저), 『내가 사랑한 수학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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